1. 보험회사의 억지 주장

보험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주식회사다.
따라서 이익을 위하여 활동을 하는 상인의 하나인데, 정도가 지나쳐 억지 주장을 펴 보험 가입자를 골탕 먹이는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일정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기로 계약하고는 보험사고가 터지면 갖가지 트집을 잡아서는 보험금을 한푼이라도 깎으려든다. 대표적인 사례가 기왕증을 트집 잡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갑이 추간판탈출증 부상을 당하면 500만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고 하자.
이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추간판탈출증 상해를 입었다. 보통 추간판탈출증은 기왕증을 가지고 있는 것이어서 교통사고로 더 확대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교통사고 손해배상에서는 기왕증을 따지게되는데 상해보험이나 생명보험에서도 사람의 기왕증이 50%라고 했을 때 보험금에서 50%를 깎여서 지급받게 되는 것인가, 아니면 전액 받게되는 것인가?

법원은 이런 경우 기왕증에 따라 깎아서는 안되고 처음 약정한대로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야한다는 것이다. 즉 상해보험이 실손해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손해보험의 방식이 아니라 정액보험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사고가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보험사고에 해당하는 이상, 보험자는 피보험자가 그 사고 이전에 기왕증이 있었다거나 후유장해에 기왕증이 상당 부분 기여하였느냐와는 관계없이 후유장해에 대하여 약관에 정한 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여하튼 이런 정액보험에서도 보험 회사가 보험금을 깎으려고 하려들어서 분쟁이 자주 일어난다. (* 다만 교통사고 종합보험에 의하여 가해 차량 보험회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는 경우에는 기왕증에 따라 배상금이 감액된다.)
또 어떤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에게 보험사고에 어느 정도 기여한 과실이 있으므로 깎아야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 이 것도 법에 어긋나는 억지 주장이다.



2. 판례 소개

울산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이런 사안에 관련된 판례 하나 소개하기로 한다. (97가합11061 채무부존재확인)

가. 사건 상황

갑은 1994. 9.경 보험회사와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때 그 상해로 생긴 손해를 보상받기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보험가입금액은 금 10,000,000원으로 하였다.

위 보험 계약시 계약 내용에 의하면 보험자가 지급해야 할 보험금에는 사고로 인한 상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소요된 의료실비를 보상하는 의료보험금 외에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그 상해로 피해일로부터 180일 내에 신체의 일부를 잃었거나 또는 신체의 기능을 상실한 경우에 후유장해등급표에서 정한 장해의 등급에 따라 피보험자에게 지급하는 후유장해보험금이 있고(일반약관 제24조 제1항), 후유장해등급표에는 장해의 등급에 따라 지급률을 정하여 놓고 보험가입금액에 해당 지급률을 곱하여 산출된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갑은 1995. 9. 1. 16:40경 울산시 모 중공업 주식회사에서 작업중 드럼이 굴러 와 허리부위에 부딪치는 바람에 제4, 5요추간판 수핵 탈출증의 상해를 입었다.


나. 보험회사의 주장
위 사고로 인한 보험계약자의 후유장해에는 동인의 기왕증이 50% 정도 전에부터 있었으므로 이 기왕증 50%를 고려하여 감액한 금액만 지급하면 된다는 것이다.


다. 보험 계약자의 주장
기왕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상해사고가 생기면 기왕증을 참작하지 않고 약관에 정한 보험금 전액을 지급하도록하고 있으므로 약관에 정한 금액을 지급하여야한다.


라. 법원의 판단
이 사건 보험계약은 '급격하고도 우연한 외래의 사고'를 보험사고로 하는 상해보험이라고 할 것이고 그 보험금 급부 방식은 장해의 등급에 따라 지급률을 정하여 놓고 보험가입금액에 해당 지급률을 곱하여 산출한 금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정액보험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을 뿐 피보험자의 실손해를 보험금으로 지급하는 손해보험의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 않음은 명백하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가 급격성, 우연성, 외래성의 요건을 모두 갖춘 보험사고에 해당하는 이상,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사고 이전에 기왕증이 있었다거나 후유장해에 기왕증이 상당 부분 기여하였느냐와는 관계없이 후유장해에 대하여 약관에 정한 보험금 전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정액보험은 사고가 발생했다면 기왕증과 관계없이 전액지급해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