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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살 사고 자살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흔히 이렇게 알고 있다. 과연 그럴까? 어느날 저의 변호사 사무실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목발을 집고 절룩거리며 걸었는데 몹시 불편한 상태임을 한눈에 알 정도였다. 환자복만 입지 않았지 정형외과에서 막 탈출해 온 사람 같았다. 상담을 하고 보니 차를 몰고 가다 절벽 아래로 차가 굴러 떨어졌는데 차가 나무에 걸려 천만 다행스럽게 목숨만은 살게됐다. 문제는 사고 이전에 보험을 잔뜩 가입해 놓은 상태였는데 보험회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죽지는 않았지만 몸은 많이 다쳐 2급 아니면 3급 장해 상태였다. 보험회사는 자살사고이므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 사람은 다른 변호사를 선임하여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의 신체감정이 시원치 않게 나오자 자기가 직접 판사를 만나 재감정을 받아 놓았는데 변호사가 무성의하여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이 분에게서 자살 냄새가 물씬 풍겼고 다만 모질게 사고를 내지 못해 죽지 않고 몸만 다친 것 같았다. 상담을 해주었고 수긍하고 돌아갔지만 그 뒤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또 하나는 일반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이야기다. 여러개 보험회사에 수십억의 상해보험에 가입힌 피보험자가 차를 몰고 가다가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 사망했다. 유족측에는 보험금을 청구하였고, 보험회사는 여러 가지 이유 그 중 하나가 자살이라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소송에서 법원은 보험회사가 유족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유가족 손을 들어준 것으로 알고 있다. 2. 자살과 보험 사고 보험가입이 급증하면서 보험금을 노리는 보험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상속인에게 보험금이라도 남겨주려고 보험에 잔뜩 들어두고는 자살하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늘어나고 있다. 원칙적으로 자살사고는 고의사고로 보아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약관에도 고의사고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생명보험의 경우도 자살사고는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2년이 경과하였을때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약관에 명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자가 자살하는 경우에는 2년이 안됐다 하더라도 보험금을 지급하게 약관에 명시하고 있기도 하다. 3. 정신병에 의한 자살은 재해사망일까, 아니면 일반 사망일까? 먼저 법원 판결은 어떻게 선고 되고 있을까. 아직 대법원 판결은 보이지 않고 하급심 지방법원 판결을 보면 재해 사망이라고 선고한 판결이 있는가 하면 재해가 아닌 일반 사망이라고 선고한 판결이 있어 혼란스럽다. 여하튼 법적으로 분쟁이 끊임없이 생겨날 사건이다. 금융감독원은 정신병에 의한 자살은 예전에는 재해사고로 판단했다가 (다만 재해 사망으로 보는 이유에 대한 설시가 없어 그 논리가 분명치 않다) 최근에는 일반 사망으로 판단을 변경하고 있는 듯하다. 재해사망이냐 일반 사망이냐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상해보험의 경우 재해사고와 일반 사고는 그 보험금에서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생각하건대 자살이란 설사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수수로 목숨을 끊었다 하더라도 이를 가지고 질병사라고 할수 없는 독특한 면이있고 그렇다고 자연사가 아니므로 일반 사망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자살이란 비록 스스로 생명을 끊은 것이긴 하지만 자살에 대하여 보험사고로 인정하고 있는 취지등에 비추어 일반 사망이 아닌 재해사로 보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4. 자살 사례 사고와 관련하여 가. 자살 시도 중단후 가스폭발 사망도 보험금지급 다소 묘한 자살관련 사건이 하나 서울지법에서 선고됐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스스로 중단했는데 자살준비 상태를 잊고 그만 사고를 낸 사건이다. 서울사는 김모씨는 성적부진으로 대학에서 제적된 직후인 1999. 8. 24일 자신의 자취방에서 LP가스 중간밸브를 열고 가스호스를 가스레인지에서 떼어내 집안에 가스가 새도록 한 뒤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아마 자살하려고 했던 듯하다. 그러나 다음날 오전 1시30분께 동거녀 이모씨가 집에 들어와 가스가 새는 것을 발견, 방문과 창문을 열었다. 인기척에 잠을 깬 김씨는 이씨에게 "왔냐"며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를 켰고 이때 가스가 폭발, 불이나는 바람에 결국 화상으로 숨졌다. 마침 김씨는 생명보험에 들었고 김씨 부모는 보험회사 2곳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자살로 인한 사망"이라며 보험회사가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법 민사14부 "김씨가 학교생활 등을 비관, 자살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이나 이씨가 환기를 시키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수포로 돌아갔다"며 "김씨가 습관대로 담배를 피우려다 가스가 폭발했고 사고직후 구조를 요청하는 등 이 사고는 자살행위의 연속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험사는 김씨 부모에게 4천8백여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나. 자살 추정돼도 증거 없다면 보험금 지급 사망한 변사체가 발견됐을 때 이게 자살인지 사고사인지 애매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이런 경우 사망보험금이 지급되겠는가 하는 문제가 실무에서 자주 문제된다. 이런 경우에 대하여 금감원에서 결정을 내렸다. 지난 1999. 7월 어느 날 건물 옥상 가건물내 거실 내부에서 A씨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사람은 사망 전에 종신보험에 가입을 한 상태였다. 사고현장 바닥에는 신나가 흥건하게 고여 있었으며 거실 한 켠에서는 소주 2병(1.8리터)과 신나 1통(18리터)이 발견됐다. 사체검안 결과, A씨의 선행사인은 과음이었고 후행사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됐다. 이에 대해 보험회사는 A씨가 고의로 자해를 하기 위해 신나를 뿌려 놓고 많은 양의 술을 마심으로써 질식사한 것이라 주장했다. 즉 자살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A씨 가족은 사인이 과음과 심장마비인 만큼 자살로 볼 수 없으므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A씨가 가입한 종신보험 약관에 따르면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사고 당시 피보험자의 주변상황 등 사실관계를 종합해 볼 때 A씨는 채무 관계, 가정문제 등으로 고의를 가지고 자해했을 수도 있다고 보여진다. 그러나 자살 수단으로 음주나 신나만을 이용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이를 자살의 직접적인 실행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객관적으로 보아 자살을 착수한 직접적인 실행행위(즉 방화 등)를 하였다는 객관적인 사실이 확인되어야 비로소 자살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따라서 보험회사는 보험약관에서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함이 타당하다. 객관적으로 자살이라고 확인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는 것이다. 다. 사고 후유증 자살도 보험금 지급해야 한다 서울고등법원은 2001. 7. 18일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고 우울증을 앓다 자살한 최모씨 유족들이 S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피고는 원고에게 4억5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유서와 진료기록을 통해 살펴 본 최씨의 신체적 장애가 우울증의 원인이 충분히 되므로 자살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보험사는 보험계약과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97년 12월 전남 여수시내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 유조차와 충돌해 뇌진탕 등 중상을 입고 세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우울증이 발병하자 99년 2월 자기집에서 약을 먹고 자살했으며, 유족들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자살하게 됐다”며 소송을 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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