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보험 보험금 엉뚱한 되놈이 챙긴다.


단체보험은 기업 고용주가 종업원을 피보험자로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통은 종업원들이 여러 사람이므로 똑 같은 내용의 보험 계약을 한 사람씩 체결하기보다는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일괄하여 계약을 할 수 있는 것이 단체 보험이다. 또 단체보험은 종업원 복지 차원에서 기업주가 많이 활용하고 있다. 보험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전형적인 타인의 생명보험 계약이다.

단체보험은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꺼번에 계약을 해야 하기에 법에서도 특별한 취급을 해주고 있다. 타인의 생명보험에서는 타인의 서면 동의가 있어야 하고 만일 동의가 없으면 그 보험은 무효이다. 그러나 단체보험에서는 타인의 동의가 없어도 법에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바로 이점이 문제를 생기게 하는 것이다.

전술한바와 같이 단체 보험계약은 고용주가 보험계약자로서 종업원 전부 또는 일부를 피보험자로 하여 체결하는 타인의 생명보험이다. 그런데 이 단체보험은 보험수익자 (보험 사고 시 보험금을 받는 자)를 누구로 하느냐에 따라 뜻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대기업은 보험수익자를 종업원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종업원 복지 차원에서 단체보험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으로 내려가면 수익자를 고용주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종업원이 보험사고로 사망이나 상해를 당하게되면 고용주가 그 보험금을 챙기게 된다.
사례를 하나 들어보자.

금년 초가을 우리나라를 휩쓴 태풍으로 곳곳에서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 산청 지방에서 산사태로 사고가 나 집에서 잠을 자던 김모씨가 사망했다. 망인이 다니는 회사는 종업원이 10명도 채 안 되는 중소 기업인데 고용주가 근로자 하나하나를 피보험자로 하여 사망 시 1억 원의 보험금을 받기로 한 단체보험에 가입하였었다. 망인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씨가 사망하자 보험금은 망인이 다니던 회사 고용주가 수령하게됐다.

유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갑이 다니던 회사 사장이 수익자가 돼 1억 원이란 거금을 수령하게 된 것이다. 사장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보험사에 제출하려고 갑의 사망 진단서를 유족 모르게 떼 가다가 유족에게 보험 가입사실이 알려졌다. 그 때까지 망인이나 유가족은 보험 가입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이 회사 종업원 누구도 자신의 생명에 사망 보험금이 1억 원이나 되는 보험에 가입돼 있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고용주는 1억 원을 받고는 유족에게 한푼의 돈도 주지를 않았다.

단체보험은 많은 사람이 가입하므로 번거로운 절차를 일부 생략해 준 것인데 실제 운영에서는 엉뚱한 사람에게 거액의 보험금을 타게 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 같은 데서는 종업원 퇴직소득보장법에 단체보험 보험금을 종업원을 위해서만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런 규정이 없어 주로 종업원 10명 내외의 중소 기업에서 종업원 모르게 종업원을 피보험자로 하여 고용주를 수익자로 하여 단체보험을 많이 가입하고 있다. 그래서 정작 보험금이 필요로 하는 유족이나 상해사고 피해자는 아무런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여하튼 회사 대표가 종업원 사망이나 상해사고로 보험금을 챙기는 것은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 유족도 아니면서 남의 죽음을 통해 보험금이라는 불로소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상해의 경우도 그렇다. 종업원이 다쳐 예컨대 그 정도가 심한 식물인간이 돼 치료비 등이 필요해도 보험금이 고용주에게 가는 일은 분명 정상적이 아니다.
특히 안전장치 부실로 산재사고가 많은 소규모 공장주들이 이런 보험을 일부러 들어 자기 이익만을 도모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가 나도 자신은 보험금을 챙기게되므로 이런 곳일수록 보험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유족과는 전혀 무관한 고용주가 수익금을 챙길 수 있는 현행 단체보험은 다시 검토돼야한다. 단체보험이라도 수익자를 피보험자 또는 상속인으로 한정해야한다. 그래야 고용주가 종업원 복지를 위해 보험에 가입한다는 단체보험 취지에도 맞을 것이다. 이래야 종업원도 고마움을 느끼고 열심히 일할 마음이 생길 것이다. 종업원이 사고로 죽어 그 유가족이 생계가 막연해 절망하고 있을 때 고용주가 사고 보험금은 받고 희희낙낙하는 일은 없어져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