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 92
[앞에서 계속]
3.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가평에 사는 이형순(물론 가명이다)씨는 1999. 3. 1. 당시 A생명보험주식회사에 남편을 피보험자로 교통사고 사망시 보험금 1억5,000만원, 보험료는 10년간 월납 조건으로 하는 상해보험에 가입하였다. 그런데 이형순씨는 남편의 서면 동의가 필요한 것을 모르고 가입하였다. 무효인 보험계약을 갖고 있는 셈이다. 2001. 4. 13. 금융감독위원회의 결정에 의하여 A생명보험주식회사의 모든 보험계약이 xx보험회사에 인수됐다. 인수 조건 중에 무효인 생명보험을 제외되는 규정이 들어 있었다. 이형순씨는 위와같이 보험회사가 바뀌고 난 4. 13. 이후에도 인수한 xx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매월 은행 자동이체로 지급했다. 그러다가 그 해 10. 6.에 남편이 차를 운전하다 강에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이형순씨는 xx보험회사에 보험금 신청을 하자 xx보험회사는 자기들은 무효인 보험 계약을 인수한 사실이 없으므로 보험금 지급을 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 이형순씨는 마른 하늘에 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자신은 남편의 서면 동의가 없어 보험계약이 무효인 사실을 모르고 지금껏 보험료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씨는 보험회사에 A생명보험주식회사로부터 계약 인수후에 도 왜 매월 보험료를 계속 받았느냐고 따졌다. xx보험회사는 A생명보험주식회사으로부터 계약 인수 당시 수백만건의 계약을 한꺼번에 받아 계약 하나하나를 유효인지, 무효인지 가려낼 수 없었다는 것이 회사의 항변이었다. 이형순씨는 주변에 알아보았더니 서면 동의가 없어 이 씨처럼 무효인 생명 보험이라도 그런 것을 알려주지 않은 보험사에게 책임이 있으므로 보험사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씨가 다시 이번에는 회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하였다. 그러자 보험회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답을 하기를 그것은 인수전 A생명보험주식회사 때의 얘기다. 자기들이 인수할 때 무효인 보험은 제외됐다. 그러므로 자기들은 계약을 인수한 바가 없으므로 손해배상금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개인으로서는 도저히 보험회사를 상대할 수 없다. 이형순씨의 반발이 심하자 xx보험회사는 이형순씨를 피고로 하여 서울 어느지원에 2002년에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해 왔다. 4. 늪속에서 허우적 대다가 소송이 제기돼오자 이형순씨는 본 변호사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이 사건을 처음에 상담했을 때 필자는 금융감독위원회의 “무효인 계약 제외” 규정을 보질 못했고 그래서 필자는 그런 규정이 있는지 까맣게 모르고는 “승소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손해배상 정도는 받을 수 있다”고 상담을 하였다. 그런데 막상 사건을 수임하고 소송 중에 상대방 보험회사에서 보내온 준비서면과 서증에서 금융감독위원회의 보험 계약 인수 결정문 중 “무효인 계약은 인수 제외” 규정을 보게 됐다. 그것을 보고나니 이 사건 앞길이 험난해 보였다. 다만 xx보험회사가 A생명보험주식회사로부터 보험계약 인수시 무효인 계약을 선별하여 계약자에게 “계약이 무효이므로 인수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보험료를 내지 마라”고 했어야했다. 그런데도 시치미를 떼고 그 뒤에도 꾸준히 보험료를 받아 챙긴 점은 분명히 보험회사의 잘못이었다. 보험료는 받으면서 사고가 터지자 인수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분명 비윤리적이고 신의칙에 어긋나는 짓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얌체’, ‘비윤리적 기업’ 등은 법정 밖에서나 통하는 것이지 소송에서 법률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즉 xx보험회사를 반박해 승소로 이끌 이론적 무장이 신통치를 않았다. 그래서 신의 성실 원칙 위배를 주장하기도 하고 또 인수시 무효인 보험을 제외했으면 보험료를 받지 말아야하는데 계속 받았다는 것은 같은 조건의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등으로 이론 구성을 하고 반박하였다. 우리쪽 준비서면은 위와 같은 이론을 정리하여 주장해야되므로 늘 8-10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양이 많았다. 그러나 상대방 준비서면은 위 금융감독위원회의 결정중 “무효인 계약은 제외”를 인용하여 늘1페이지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간단했다.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어렵게 일을 해야했지만 상대방 변호사는 콧노래를 부르며 여유있게 싸움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론은 우리가 패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이고 땀을 흘리며 법전과 논문을 샅샅이 훑으면서 싸워봤건만 결과는 참담했다. 법원은 금융감독위원회의 결정즉 무효계약은 제외됐으므로 xx보험회사는 이 사건 보험계약을 인수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설사 비윤리적인 기업이라고 욕을 먹을지 몰라도 법원에서까지 정당성을 부여하였으므로 이후에 더욱 당당하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게됐다. A생명보험주식회사로부터 들어온 많은 계약 중에 상당 숫자가 서면 동의 없는 무효인 계약이다. 이 계약은 앞으로 무위험 보험계약이 돼버렸다. 우리 나라 생명 보험상 90년대 말까지는 보험모집인이 주로 가정 주부를 주 고객으로 삼았고 주부는 가장인 남편을 피보험자로 보험에 가입하였다. 공식적인 통계는 나와 있지는 않지만 70%가량이 이 타인의 보험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보험에 대한 인식들이 없어서 서면 동의가 없으면 무효라는 것을 모르고 주부가 자기 남편 서명까지 대신 했다. 어떤 친절한 모집인은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여 계약자와 피보험자 서명까지 자기가 다 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 글 독자 여러분은 자기가 가입한 보험 청약서를 한번 꺼내보면 필자의 말이 사실임을 알 것이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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