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은,

숨 가쁘게 진행돼오던 대장암 보험금 사건에 새로운 전기를 맞은 날이었습니다.



2. 대장암 사건, 한 동안 소식을 전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소식이 없었다하여 본 변호사가 편하게 하루하루를 보낸 것이 아닙니다. 거의 매일 국내외 대장암 기준, 의료 문헌 등 각종 자료, 상대방 주장 및 증거를 분석하고, 이에 대비하여 우리측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였습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회의와 번민 등으로 정말 힘들고 고된 나날을 보냈습니다.




3. 그 동안 본 변호사가 맡아 진행하고 있는 대장암 사건 중 1심 판결이 선고된 것은 모두 9건이었습니다. 이중 2건을 패하고 7건을 승소하였습니다. 승소한 사건 전부는 보험회사가 항소하여 현재 2심 재판 중에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2심 사건으로는 처음으로 오늘 판결 선고가 있었습니다.



4. 본 변호사는 1심에서 승소할 때 주장했던 이론과 증거를 모두 버렸습니다. 그리고 금년 초부터 새로운 이론과 증거로 재정비하였습니다. 그 새로운 주장을 2심에서 처음 심판받는 날이었습니다.



5. 결론은 우리가 승소했습니다. 상대방은 우리나라 최대의 보험회사들인 S생명과 D 생명입니다.



6. 저는 오늘 이 사건 판결 선고를 보면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였습니다. 거대한 자본과 우수한 인력을 가진 보험회사를 상대로 암보험금 소송에서 승소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대학병원이나 각종 의료 학회에는 보험회사 자문의들이 많습니다. 이 보험회사의 자문의들이 계약자를 위하여 자기 의료 지식을 제공할까요?  그 반대일 가능성이 훨씬 더 많습니다.



7. 오늘 선고된 사건도 보험회사는 처음부터 대학병원 교수나 각종 의료 학회로부터 보험회사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문서나 사실 조회서를 산더미처럼 받아 놓고 소송에 임하였습니다. 보험회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기 편으로 활용 가능한 의사나 대학교수는 수 없이 많습니다.



8. 이번 재판에서 보험회사가 상피내암이라는 자문을 받은 학회나 병원을 보면 대한암학회 등 각종 학회, 서울대병원 등 국내 유명 대학병원이 거의 총동원됐습니다. 거기다 D 생명이 대학병원에서 상피내암으로 받은 진단서만 153건을 제출하였습니다.



9. 보험회사는 대학병원 등에서 대량의 자문서/사실조회/진단서를 만들어 법원에 제출하여 국내 의료계의 동향이 상피내암이라는 식으로 법원을 압박하였던 것입니다. 주변에 내편은 없고 온통 상대방 편만 우글대는 정글 속을 해쳐나갔던 것입니다. 제가 정의는 승리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거액의 돈을 뿌려 만든 엄청난 물량의 자료/자문을 모두 물리치고 재판부에서 대장암이라 판정하였기 때문입니다.



10. 생각해보십시오.

서울대 병원이 환자가 상피내암이라고 회신을 보내왔는데 보통의 경우라면 법원에서 대장암이라 선고를 하겠습니까? 이런 유명 대학병원이나 학회의 회신이 대부분 상피내암이라는데도 법원이 계약자 손을 들어준 기적 같은 일이 오늘 대한민국 법원에서 있었던 것입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11. 소송에서 보험회사는 사실 왜곡과 억지 주장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흰색인데도 노란색이라는 왜곡·억지는 정말 이게 보험회사인가 의심이 들 정도였고 나중에는 정말 질리게 되더군요. 대학병원 의사들이 환자들 보험금을 받아주기 위하여 상피내암을 악성암이라 진단서를 발급해주었다는 주장부터,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이 단순히 질병 명명법에 불과하다는 주장, 제4편은 적용에서 배제된다는 주장 ······끝도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심지어 유럽의 국제암 연구기관(IARC)의 연구논문을 세계보건기구(WHO)의 ICD 분류인 것처럼 태연히 주장하는 보험회사의 행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승소를 위하여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더군요.



12. 저는 국내 대학병원이나 학회 소속 의사들도 보험회사에 이용을 당했다고 봅니다. 보험 계약이 어떤 내용이고 암의 기준이 무엇인지를 전혀 모르는 국내 대학병원의 의사에게 보험회사들이 미국의 AJCC의 TNM 분류법에 의하여 교묘하게 유도 질문하여 상피내암이라는 답을 받아내 이를 이용하여 상피내암이라는 근거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13. 이글을 보시는 분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수술한 병원에서 암으로 진단받았는데도 다른 대학병원의 자문서에 상피내암으로 자문된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자문서 한 장으로 동료 의사 진단을 오진으로 만든 것입니다. 대장암은 그 기준에 따라 진단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14. 이 번 재판은 정말 치열하였습니다.



15. 이 사건 변론에서 원고 대리인인 저는 1심에서 4건, 2심에서 8건등 모두 12건의 준비서면을 제출하였습니다. 피고도 이에 못지않아 두 개 보험회사에서 1심에서 11건, 2심에서 11건 등 모두 22건의 준비서면을 제출됐습니다.



16. 이 정도면 6.25 전쟁의 백마고지 전투이지요.

정말 치열한 싸움이었습니다. 양쪽에서 33건의 준비서면 공방이 오고 간 것입니다. 한 건의 준비서면 분량도 보통 20-30 페이지 이상이었습니다. 증거서류로 제출한 것이 원고가 102 건, 피고가 344 건입니다. 사실조회를 원고가 9건, 피고가 11건이나 했습니다. 각종 진단서로 제출된 것이 원고가 46건, 피고가 306건입니다.


17. 수많은 준비서면의 공방과 자료의 홍수 속에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사투를 벌였습니다. 변론준비에 나중에는 머리에 쥐가 날 정도였습니다.



18. 재판은 소장 접수부터 1심 선고, 그리고 항소심 판결 선고까지 1년 6개월 이상이 걸렸습니다. 승소한 덕에 제 두 의뢰인은 오늘 현재 원금 말고도 지연이자를 33% 정도 추가로 받게 됐습니다. 지연이자가 연 20%이므로 지금도 매월 1.7%정도 이자가 붙고 있습니다. 승소금액이 1억 원이라면 3300만원의 이자가 붙고 앞으로도 1년에 2000만원, 매월 170만 원 정도의 이자가 돈을 받을 때까지 붙게됩니다. 요즘같은 저금리 시대에 승소만 가능하다면 재판이 오래 걸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19. 소송 비용도 패소자인 보험회사  부담이니 이런 소송이라면 한번 해 볼만 할 것입니다.




20. 저를 믿고 끝까지 따라와 주신 두 분 의뢰인께 감사드립니다. 경남 사천의 성 선생님(C19 직장구불결장의 악성신생물), 그리고 창원시의 소 선생님(C20 직장암)입니다. 사생활을 위하여 이름은 비공개로 하겠습니다. 특히 위 성 선생님은 대장에 생긴 1000여개의 용종으로 대장 전체를 잘라낸 분으로 어려운 신체조건에서도 인터넷 자료를 들춰내 많은 자료를 발굴하여 보내주었고 심신이 지쳐있을 때 힘과 기운을 불어넣어준 분입니다.



21. 그리고 마지막까지 보험회사의 공세에도 흔들리지 않고 악성신생물(직장암)이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은 창원 한솔내과 원장님, 그리고 창원의 한병리검사센터, 서울아산병원 등의 여러 병리의사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조언을 해준 씨엔아이의 권오민 대표님, 의료자료 등에 커다란 도움을 준 의학도 강석훈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22. 요즘 대장암이라고 진단서를 발부하였다가도 보험회사 직원의 말 한마디로 상피내암이라고 진단을 바꾸는 의사들이 많은 데도 끝까지 자기 소신을 굽히지 않은 위 분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승소한 것입니다. 위 분들의 용기를 높이 삽니다.



23. 그리고 비록 상대방 편에 섰지만 끝까지 자기 의뢰인인 보험회사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준 상대방 쪽 변호사에게도 경의를 표합니다. 제가 열심히 한 이상으로 상대방 변호사들도 정말 열심히 하였습니다. 모두 이 방면에 한가락 하는 변호사들입니다.


24. 전국에 계신 대장암 진단을 받고도 상피내암 보험금을 받은 계약자 여러분 용기를 내서 보험회사와 싸우십시오. 저는 벌써 여러 건을 승소로 이끌었습니다. 용기있는 자만이 과실도 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보험금 시효는 2년으로 짧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립니다. 능력이 있는 분은 본인이 직접 소송을 하면 됩니다.



24. 물론 오늘 승소하였다하여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순순히 물러날 보험회사도 아닙니다. 아마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고 대법원 판결까지는 또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할 것입니다.



25. 오늘은 정말 기분 좋은 날입니다.

변호사가 자기가 맡은 사건에서 승소하여 기쁘지 않는 경우가 어디 있겠습니까만, 오늘은 기쁜 것을 넘어 북받쳐 올라오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운이 좋아 이런 사건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진까지 모두 쏟아 부울 정도로, 변호사로서는 정말로 맡아보고 싶은 사건이었습니다. 계약자에게 돌아갔어야할 보험금, 보험회사 부당이득이 되는 것을 저지하였습니다. 그런 사건을 승소로 이끌어 너무너무 행복합니다. 변호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거대한 보험회사와 불리한 자료들로 둘러 쌓여있는데도 이겼기에 더욱 값집니다.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2010. 8. 19. 최초 작성.

2010. 8. 2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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