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나라로 가신 아버님, 보험금 감사합니다.

 

 

1. 재해 여부가 문제됐던 익사사고를 하나 소개합니다.

전라남도 한 섬의 해상 가두리 양식장에서 전복 양식업자가 양식자 부근 다시마 양식장을 점검하던 중 배에서 실족하여 바다에 빠져 익사하였습니다. 다시마는 전복의 먹이용이랍니다.

 

 

2. 이 분이 가입한 보험이 두 개 있었습니다.

생명보험회사인 K생명은 두 말없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였습니다. 그러나 손해보험회사인 H 보험이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손해보험회사들의 보험계약 약관에는 선박 승무원, 어부, 사공 그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배에 탑승시 일어난 사고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면책 규정이 있었습니다.

 

 

3. 보험회사는 이 면책 규정 중 선박 승무원, 어부, 사공 그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 배에 탑승시 일어난 사고에 양식업자인 망인이 해당되므로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4. 유족과 상담하면서 보험회사 주장에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보험 상담을 오래하다 보니 이야기를 들으면 어느 쪽 주장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5. 유족으로부터 더 많은 자료를 받아서 사건 검토를 보다 세밀하게 하였습니다. 면책 규정을 이리 살피고 저리 살펴도 양식업자는 선박승무원도 아니고 어부나 사공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밖에 선박에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양식업자가 배를 타긴 하나 그것은 육지에서 양식장까지 가기 위한 접근 수단이지 전복 양식 일 때문은 아닙니다.

 

 

6. 사건을 검토하면 할수록 보험회사가 무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더 느껴지더군요. 얼마 전에 ‘S 생명의 비밀이라는 자료에서 전직 손해사정회사 직원이 S 생명에는 연간 보험금 부지급률 목표치가 있고, 그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하여 회사가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폭로하였습니다. 이 전복양식업자도 보험회사의 부지급률 목표치의 희생양으로 걸려든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7. 본 변호사가 생각할 때는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에 대한 메가톤급 폭로였는데 언론에 보도조차 되지 않고 인터넷에 잠시 빤짝하더니 곧 무쳐버렸습니다.

 

 

 

8. 이 폭로 내용이 무슨 이야기냐면 보험회사에서 계약자에게 지급하여야할 보험금을 직원들이 수단껏 깎거나 지급을 하지 않아, 매년 정상적으로 지급할 보험금의 80% 만 지급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계약자 입장에서는 받아야할 보험금이 보험회사의 작업에 의하여 20%를 받지 못하게 된다는 기막힌 이야기였습니다.

 

 

9. 전에부터 이런 보험금 부지급률 목표치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관계자가 폭로로 이렇게 사실로 확인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10.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역경에 처한 사람에게 보험금이란 생명수 같은 것입니다. 어느 보험회사 광고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하늘 나라로 가신 아버님 감사합니다. 아버님이 남겨주신 보험금 덕분에 저는 대학을 졸업하였습니다.’

 

 

11. 보험 제도의 장점을 잘 나타낸 아주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인 카피였습니다. 가장을 잃은 어린 유가족이 자신의 아버지가 보험 계약을 체결해놓은 덕택에 보험금으로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보험금이 생명수 같은 역할을 했던 것입니다.

 

 

12. 어디 유가족뿐이겠습니까. 사고로 불구가 돼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 암 진단을 받아 생활 능력이 뚝 떨어진 사람 ······ 이런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돈이 바로 이 보험금입니다.

 

 

 

13. 사망보험금이나 장해보험금을 보험회사로부터 받게 해 줄 때 마다 제 앞에서 감격하여 흐느끼는 것을 본 것은 비일비재합니다. 가장의 사망으로 앞이 캄캄했는데 살아갈 서광이 비추었다고 할까요.

 

 

 

14. 그런 돈을 회사가 목표를 세워 1년에 20%를 줄이고 30%를 줄인다면 광고 문구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가 돼버리겠지요. 이렇게 줄이기 위하여 직원들에게 목표를 세워 경쟁을 시키고 연말에 많이 줄인 직원에게 절약한 보험금 중 일부를 떼어 보너스를 주고 칭찬을 한다면 ······ 보험 회사가 제 역할은커녕 오히려 계약자를 배신하는 행위이지요.

 

 

 

15. 여하튼 이 전복양식업자 사건을 보고 저는 갑자기 이 보험회사 관계자의 폭로가 갑자기 생각이 들더군요. 망인이 양식업을 한다고 빚을 잔뜩 내 미망인과 어린 자녀들은 빚만 잔뜩 짊어진 상태에 있었습니다. 승소하여 보험금을 유족에게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16. 사건을 맡고 법원에 소장이 접수하자 보험회사도 법무법인 변호사를 선임하여 응소하였습니다. 보험사건이 다 그렇듯이 사건이 쉽게 끝날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예상대로 상대방 측은 전복양식업자는 배를 탑승하는 것을 직무로 하는 사람이라는 주장, 배에 타고 있다가 작업 중 물에 빠져 익사하였으므로 보험 약관에 규정된 면책에 해당된다는 주장을 하고 나왔습니다.

 

 

17. 유족에게 설명을 들어보니 양식업자의 일은 이렇습니다.

망인 소유의 전복 양식장은 육지로부터 이 삼 백 미터 쯤 떨어져있어 육지에서 양식장까지는 배를 타고 이동합니다. 양식장에 도착하여서는 배를 양식장에 접안시키고 배에서 내려 양식장 위로 올라갑니다. 양식장 위에는 이동 통로가 설치돼 있다합니다. 이 통로 위에서 전복에게 먹이를 주고 청소를 하는 등의 작업을 한다는 것입니다.

 

 

18. 이야기를 들었지만 머릿속에 분명하게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오래 궁리하다 유족에게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보내라고 하였습니다. 미망인이 아주 영리한 분이었습니다. 양식장을 멀리서, 가까이서, 오른쪽, 왼쪽에서 차례로 찍고 배를 접안시킨 상태도 찍고 하여 ······ 여러 장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19. 이렇게 찍은 사진을 놓고 보니 전복 양식장이 어떤 곳인지를 훤히 알겠더군요. 전복 양식장은 육지로부터 200-300미터쯤 떨어진 바다위에 설치돼 있었습니다. 농구 경기장 쯤 되는 넓이이고 그 위에 1 미터 너비의 통로가 가로 5 , 세로 20 여줄정도의 복도식 이동 통로가 설치돼 있고 그 통로 위를 걸어서 이동하고, 통로에 앉아 전복을 꺼내 상태를 확인하고 먹이를 주고 청소를 하는 등의 작업을 합니다.

 

 

 

20. 배를 내려서 양식장 구조물위로 올라가야지 배를 탄 상태에서는 어떠한 작업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진을 보니 모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사진을 증거로 해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에 나온 장면을 하나하나 요령 있게 정리하여 설명하였습니다.

 

 

 

21. 본 변호사는 주장하기를 양식업자가 배를 타는 것은 맞으나 그것은 작업장까지 이동 수단이었을 뿐이다. 직장인들이 승용차를 운전하여 직장에 출퇴근한다. 승용차를 탑승하여 직장까지 가는 것은 이동 수단이지 택시 기사처럼 그것을 탑승하는 것이 직무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이 사건도 배는 이동 수단일 뿐이다. 다시마를 채취하던 중 물에 빠지긴 했으나 이 역시 늘상 하는 업무는 아니다. 승용차를 운전하다 고장 나 도로 한복판에서 수리 중 다른 차가 들이받아 사망하였어도 운전이 업무는 아니다. 이런 취지로 반박하였습니다.

 

 

 

22. 이렇게 사진과 사진 설명 그리고 준비서면의 설명이 비교적 잘 조화를 이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사진은 누가 보아도 전복양식장 작업은 배를 탑승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배에서 내려 양식장에 올라서서야 비로소 가능한 것을 알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결국 판결이 선고됐고 당연히 우리 쪽이 승소하였습니다.

 

 

 

23. 그런데 사건이 거기서 끝나지를 않았습니다.

1심 판결로 보험회사가 깨끗이 승복하리라 생각했는데 턱하니 항소를 보험회사가 하더군요. 항소심에서의 공방은 1심만큼 치열하지는 않았습니다. 항소심인 고등 법원에서도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다고 피고 패소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이쯤 되면 보험회사가 순순히 보험금을 내주리라 생각하였는데 이번에는 또 대법원에 상고를 하더군요.

 

 

 

24.대법원에선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지요?

심리불속행 기각됐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이 사건은 대법원 상고거리가 되지 않아 보험회사에 패소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끝났습니다. 비교적 쟁점이 많지 않은 사건이어서 소송은 1,2,3심까지 신속하게 진행돼 1년도 안 돼 끝났습니다. 유족은 소송이 1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원금 말고도 적지 않은 지연이자를 추기로 받았습니다. 물론 법원에 소송 비용까지 신청해 소송 비용도 받게해드렸습니다.

 

 

 

25.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3번씩이나 패소해 이미지도 구기고 거기다 자신의 고객에게 보험회사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1,2,3심 까지 변호사 선임비용, 지연이자, 공탁금에 대한 기대수익 등 보험회사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6. 본 변호사는 진짜 고객을 생각하는 보험회사는 1심 판결에 깨끗하게 승복하는 회사라 봅니다. 설사 판결에 불만이 있다하더라도 제3자인 법원이 판정한 만큼 깨끗하게 승복하는 것이 자신 이미지도 올리고 비용도 서로 간에 최소화하고 무엇보다도 고객의 마음도 헤아릴 줄 아는 보험회사라 생각됩니다.

 

 

27. 남편, 아버지를 잃은 유족에게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소송을 하게하여 아픔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이 보험회사의 예의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더구나 결과적으로 3개심을 모두 패소하여 보험회사는 지연이자에 자기들 변호사 비용, 항소 및 상고 비용, 그리고 원고의 소송 비용까지 물어줘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28. 여하튼 소송이 성공하여 유족은 보험금을 받았습니다. 유족들은 지금 전라남도 바닷가 어느 곳에서 하늘 나라에 계신 아버님을 그려보며 과정이야 어떻게 됐던 보험금을 남겨주셔서 아버님 감사합니다. 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리고 본 변호사도 조금은 생각이 날 것입니다.

 

 

 

2011. 4. 5.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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