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쪽 눈 실명


한 가정주부(이 글에서는 가명으로 이영숙이라 한다)가 2002년경 집에서 의자위에 올라 형광등 교환 중 의자에서 넘어지면서 피아노 모서리에 왼쪽 눈을 부딪쳤는데 차츰 시력이 나빠지더니 4개월 뒤에 왼쪽 눈 시력이 0.02상태, 그리고 그 뒤 1년 반쯤 뒤에 100% 실명되고 말았다.


다행히 이영숙은 국내 두 개의 손해보험회사(00화재해상보험이라고 불리는 회사들)에 상해보험을 들었는데, 이 보험들은 한 눈이 실명하였을 때는 보험가입금액의 60%를 보험금으로 지급한다. 그러나 이영숙이 보험회사로부터 이 보험금을 청구하면서부터 참으로 가시밭길을 걷기 시작해야했다.





2. 남편의 방문


어느 날 이영숙씨 남편이 본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하여 상담을 하였다. 보험회사가 이 핑개 저 핑개를 대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데 첫째는 보험사고 즉 의자에서 떨어져 피아노 모서리에 부딪힌 증거가 없다. 따라서 눈이 안보이는 것은 전부터 앓아오던 기왕증이라는 것과 또 실명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치 못하겠다는 것이다. 남편이 가져온 환자에 대한 대학병원의 후유장해진단서에는 왼쪽 눈에 대하여 중심시력 상실율 및 좌안 시효율이 각 100%라고 판정을 내렸다.




본 변호사는 아는 의사에게 진단서를 팩스로 보내주고 자문을 구했더니 환자의 상태로 볼 때 질병에서 올 수도 있지만 사고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의학적으로 실명이라는 것이다. 이 정도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회사가 억지를 부리는 것이고 소송은 쉽게 승소하리라 생각하고 본 변호사가 맡아 두 개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3. 실명이 아니다


소장을 넣고 한 달 반쯤 지나자 상대방 보험회사로부터 법원을 통하여 답변서가 왔다. 보험 사고가 아니라는 항변도 있었지만 뜻밖인 것은 보험회사는 이 정도는 실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제부터 이 사건의 핵심으로 들어가기로 한다. 저는 실명이란 눈이 보이지 않는 것 즉 물체를 볼 수 없는 것을 실명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여러분도 같은 의견일 것이다. 그런데 보험회사 정의는 전혀 다르다.




보험회사는 실명이란 “광각 인지 불능”이어야한다는 것이다. “광각 인지 불능”이란 눈을 감고 불빛아래서 손을 움직였을 때 뭔가 지나간 것을 감지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아야한다는 것이다. 만일 반응을 보이면 “안전수동”이라는 것이고 이는 실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상인이 눈을 감고 형광등 불빛 아래서 손을 움직였을 때 뭔가 왔다갔다하는 것을 감지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안전 수동”이고 그것도 감지 못하는 것이 “광각 인지 불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영자씨는 깜깜한 곳에서 눈에 프래시를 비추면 반응을 한다 “안전 수동”상태였다.




4. 안전 수동 상태면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다?


불빛아래서 손을 움직였을 때 뭔가 지나간 것을 감지하였지만 그것이 손인지, 나무인지 혹은 다른 어떤 물체인지 구별을 못하고 뭔가 지나가는 것 정도만 감지하는 정도인데 그런 눈을 가지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잇다는 것인지. 그렇다면 대학병원에서 진단받은 좌안에 대하여 중심시력 상실율 및 좌안시효율울 각 100%로 판정을 내린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인가. 참으로 보험회사쪽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실명에 대한 정의였다.




그런데 이 정의는 보험 약관에 인쇄돼 있는 것도 아니다. 화재해상보험 실명에 대한 약관상 정의는 약관 후유장해 지급률표로 미루고, 후유장해 지급률표를 찾아보면 “위 후유장해의 종류 및 지급률표에 관한 세부사항은 약관 내용과 다르게 해석되지 않는 한 ‘상해보험의 후유장해 산정기준’에 따릅니다”라고 규정돼 이번에는 ‘상해보험의 후유장해 산정기준’를 찾아야한다. 그런데 ‘상해보험의 후유장해 산정기준’은 대한손해보험 협회의 “상해보험 후유장해 산정기준”이다. 위 ‘상해보험의 후유장해 산정기준’이 약관에 첨부된 것도 아니고 어디 시중에서 판매되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인은 구하려 해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쉽게 말하면 보험회사 자기들끼리만 볼 수 있는 기준이다.



‘상해보험의 후유장해 산정기준’을 찾아보면 ‘실명이란 눈동자의 적출은 물론 명암이 식별되더라도 망막에 상을 반영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적출이란 눈알을 빼내는 것이다. 안과 의사 자문에 의하면 명암이 식별되더라도 망막에 상을 반영할 수 없는 경우는 안전수동은 상기 정의한 실명에 해당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실명이란 눈알이 빠져 나간 경우 외에는 실명이란 거의 없는 셈이다. 결국 보험회사는 어지간하면 실명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5. 원고측 반론


위 상해보험 후유장해 산정기준은 약관에는 전혀 기재된 바가 없다. 더구나 그 내용은 손해보험회사의 이익단체인 손해보험협회가 내부적으로 작성된 것이고, 일반 계약자는 그런 기준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내용도 일반인이 인식하고 있는 실명에 대한 보편적인 개념이 아니어서 의사가 “중심시력 상실율 및 좌안 시효율이 각 100%” 라는 진단서도 실명이 해당이 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손해보험협회 기준은 계약자에게는 전혀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가 사건이 나자 인용에 인용을 거듭하여 손해보험 협회 캐비넷에 처박혀 있는 규정을 끄집어내 실명의 기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6. 원고 눈의 상태


그러면 이영숙씨 눈은 어떤 상태일까. 소송 중 고려대학교 안과의사 사실조회를 하였더니 “빛 느낌을 읽을 수 있는 정도”라 하고 있고 빛 느낌이란 “암실에서 동공에 빛을 비추어 명암을 판명하는 시력”으로 정의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눈은 “암실에서 원고 눈에 동공에 빛을 비추었을 때 명암을 판명하는 시력” 정도이다. 그러나 동 의사는 이영숙씨는 “중심시력 상실률 100%, 시효상실 100%”이라는 것이다.





7. 생명 보험회사 기준


그러면 생명 보험 회사 실명기준은 어떻할까.

“교정시력 0.02이하”이면 실명이다.” 눈알을 빼지 않아도 교정시력 0.02이하면 실명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일반인은 손해보험회사(00화재해상보험)와 생명보험회사(00생명보험)의 보험 계약 내용이 같거나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 둘 사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실명에 대한 기준도 앞에서 설명한바와 같이 둘 사이에 이렇게 큰 차이가 있다. 이영숙씨가 생명보험회사의 상해보험 상품을 가입했다면 이론의 여지없이 실명으로 실명 보험금을 받았을 것이다.



같은 상태인데도 한쪽은 실명이고 한쪽은 불빛에 반응한다하여 실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필자가 다른 글에서도 여러 차례 글을 썼지만 둘 중 한 쪽 보험회사는 보험으로서 그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 실명 하나만 놓고 보아도 이렇게 보험회사 자신들만 아는 내용을 일반인이 보지 못하게 숨겨놓고 실명 정의를 내리고 일반인이나 의사들이 일반적으로 갖는 개념은 실명이 아니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계약자를 우롱하는 기망행위이다.



실명 뿐 만 아니라 약관에 규정해 놓은 일반인이 이해 못하는 면책 조항이 한둘이 아니다. 100가지가 넘는 면책조항을 지뢰처럼 약관 곳곳에 깔아 놓고 있어 보험 사고가 나도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보험 회사는 보험료를 받을 때는 아무 소리 않고 척척 받고는 막상 사고가 터지면 대한손해보험 협회의 “상해보험 후유장해 산정기준”을 끄집어 내서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보험회사만 배불리게 하는 이런 보험회사가 도대체 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만일 보험을 가입하려면 이점을 염두에 두고 00생명인지, 아니면 00화재해상인지를 선택하여 가입할 일이다.




8. 보험금은

결국 이영숙씨는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 이를 맡은 변호사로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9. 더 황당한 일

그런데 참으로 황당한 일이 그 다음에 벌어졌다.

생명보험회사가 2005. 4. 1일 장해기준을 변경하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손해보험회사 기준 쪽으로 기준을 바뀌어버린 것이다. 그 중 실명도 있는데 그 동안 교정시력 0.02이하에서 “광각 인지 불능” 쪽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는 실명에 관한한 생명보험회사나 손해보험회사나 달라질게 없게 됐다.





못난 송아지 엉덩이에서 뿔 난다고 계약자를 위하는 쪽이 아니라 보험회사 자기들 배불리는 쪽으로 장해 기준을 바꾼 것이다. 이리되면 보험료를 내리는 요인이 발생하였지만 보험회사는 보험료는 내리지 않았다. 보험료는 그대로 받으면서 보험금은 과거보다 상당히 절약된 것이다. 절약된 보험금은 누구 이익으로 돌아갈까. 이렇게 생명보험회사에서 장해 기준을 바꾸어 놓으므로서 연간 수백억원 내지 수천억원의 보험금이 절약될 것이다.




이 돈은 보험회사 보험 모집인에게 돌아가는 것도 직원에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대주주 등 몇몇 주주 주머니로 들아가는 것이다. 수 많은 계약자의 손해는 대주주 몇 사람 배를 불리게 하였다. 이런 장해 기준을 변경해준 금융감독원 담당자는 이런 것들을 따져보고 보험회사 손을 들어 주었을까. 그들에게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불이익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었을까.



2009. 1. 1일 강형구변호사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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