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종양이 암보험금을 받는 경우




1. 암보험



국내 암보험 계약을 분석하여보면 보험회사는 암을 3가지 종류로 나누고 보험금도 달리 지급하고 있다. 일반적인 “암” “상피내암” 그리고 “경계성종양”이 그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암 보험 상품을 한번 살펴보자. P회사에서 판매하는 암 보험 상품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최초로 ‘암’ 진단이 확정되었을 때 8,000만원, ‘상피내암, 또는 경계성종양’으로 진단이 확정되었을 때는 400만원을 암 진단 자금으로 지급한다. 일반 암과 경계성 종양은 이렇게 20배나 보험금에 차이가 있다.



다른 회사의 암보험 상품도 암보험 진단금이 4,000만원이라면 200만-400만원정도를 지급하고 있다. 흔히 일반 계약자들은 경계성 종양으로 진단받으면 더 이상 알아보지 않고 보험회사가 주는 대로 경계성 종양 보험금만 받고 만다. 그러나 경계성 종양이라 하더라도 일반 암에 준하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오늘 여기서 취급하고자하는 것은 경계성 종양이다.





2. 경계성 종양

경계성 종양이란 악성종양(암)과 양성종양의 경계(borderline)에 있는 종양을 말한다. 경계성 암이라고도 하나 보통은 경계성 종양이라고 한다. 병원 의사들에 의하면 종양은 악성종양(악성신생물)과 양성종양(양성신생물)로 구분하는데 악성 종양(암)은 조절할 수 없는 증식을 보이는 종양으로 주위조직을 침범하고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경향을 보이거나 악성 종양세포로 구성되는 것을 말하고, 양성종양은 조직의 증식이 있으나 그 속도가 느리고 주위 조직을 침법하거나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으며 임상진행이 비교적 한정적이고 생명에는 큰 위험이 없는 것을 말한다. 보통 보험계약에서 ‘암’이라고 함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중 별표5[대상이 되는 악성 신생물 분류표]에서 정한 질병을, ‘ 경계성종양’이라 함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기본분류에 있어서 별표7(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 분류표)에서 정한 질병을 말한다.




3. 암의 확정


국내 생명보험 회사의 암보험상품 약관을 보면 악성종양(암)이나 경계성종양의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하여 조직, 혈액검사 또는 미세침 흡인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하여야 하며, 다만 그와 같은 병리학적 진단이 불가능할 때에는 임상학적 진단이 보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실무에서 보면 환자에게 암 의심이 있는 경우에 해부병리나 임상병리 의사들이 조직 검사 등을 하여 결과지를 임상의사에게 보낸다. 이 결과지는 영어로 표시되는데 borderline malignancy 라고 기재하면 보험회사는 borderline 이라는 단어가 보이면 설사 임상의사가 암이라고 판정을 하여도 경계성 종양이라고 확정하고는 경계성종양 보험금을 지급하게 된다. 한편 암 수술시에 수거된 조직을 가지고 또 한 번 병원에서는 조직검사를 한다.



여하튼 보험 약관에 악성종양(암)이나 경계성종양의 진단확정은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 자격증을 가진 자에 의하여 조직, 혈액검사 또는 미세침 흡인검사에 대한 현미경 소견을 기초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원칙적으로 해부병리 또는 임상병리의 전문의사의 소견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런데 왕왕 임상적으로 악성종양에 준하여 치료하고 수술하는 경계성종양이 나타나는데 이때는 단순히 보험 계약상 경계성 종양으로만 인정할 일이 아닌 것이다.




4. 의사의 췌장암 진단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김모씨는 2004년경부터 소화 불량, 복부 불쾌감 등으로 동네 개인의원에서 진료를 받다가 CT 촬영 등의 의하여 부신과 췌장에 종괴가 발견되어 대학병원에 전원됐고 대학 병원 의사로부터 “양성부신 종양 및 췌장의 점액성 낭선종암”으로 진단받아, 복강경하 좌측 부신 및 췌장종양 제거술을 시행 받았다. 김씨는 2005년. 2월 췌장암으로 진단받아 수술까지 받았으므로 진단서등을 첨부하여 보험회사에 보험금(암 진단자금) 원 지급을 청구하였다. 그런데 보험사는 김씨에 대한 조직검사를 한 병리의사의 ‘점액성 낭선 종양, 경계 악성과 벽면의 치명적인 석회착(Mucinous cyst neoplasm, borderline malignancy and destrophic calcification)이라는 소견을 보고 악성종양이 아니고 경계성 종양 보험금을 김씨 계좌에 입금시켰다.





5. 암 공방전


본 변호사는 사건을 의뢰받는 과정에서 주변 여러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는데 borderline malignancy는 경계성 종양이라고 봐야한다는 의견들이었다. 그런데 환자를 수술한 의사는 소견서에서 조직 검사상 borderline malignancy이지만 이 환자의 경우 악성종양이라고 하였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고집스럽게 악성종양이라는 신념을 꺾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췌장 등 소화기관의 악성신생물은 분류번호 C15-C26로 분류되고, 양성신생물은 분류번호가 D로 시작하는데, 이중 구강 및 소화기관의 행동양식 불명 또는 미상의 신생물은 D37, 이중 기타 소화기관의 경우는 D37.7로 각 분류되고 있다.



그런데 원고의 임상의는 원고의 병명을 ‘양성 부신 종양/췌장의 점액성 낭선종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의한 분류번호를 ‘C25.9’로 진단하였고, 진단병리 전문의는 췌장절제술에 의하여 절제된 췌장 낭종을 검사한 조직병리검사보고서에서 ‘점액성 낭선 종양, 경계 악성과 벽면의 치명적인 석회착(Mucinous cyst neoplasm, borderline malignancy and destrophic calcification)이라고 진단하였다. 해당 병원에 사실조회를 수 차례 거듭하고 각종 암 관련 문헌들을 뒤적여 정리한 결과 borderline malignancy 경계성 종양이라하여 반드시 경계성종양인 것은 아니라 때로는 상황에 따라 악성종양으로 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결국 법원은 원고에 대하여 ‘암’으로 진단받아 확정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보험회사는 원고에게 경계성 종양이 아닌 암 진단자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선고를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