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에 대한 재해사고를 인정한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결




1.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한 자살 사고에 대하여 재해 사고로 인정한 판결이 선고됐고 언론에서 이 판결(2011나48850)을 보도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본 변호사가 맡아 1심인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패했다가,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에서 천신만고 끝에 승소한 판결입니다. 사건을 직접 맡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변론하였기에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건이어서 간략하게 소개하겠습니다.



2. 자살에 대하여 재해를 인정받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위 서울고등법원 사건의 경우만 보아도 망인은 정신분열증세로 대학병원의 정신병동에 1달 가까이 입원까지 하였고 혼자 아파트에 있다가 19층 베란다 아래로 추락하였습니다. 정신분열을 앓고 있어 언뜻 생각하기에 재해보험금을 받을 수 있으리라 속단 할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무척 냉혹하여 1심 법원은 정신질환은 인정되나 그렇다고 하여 자유로운 의사 결정 능력이 없는 상태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패소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처음부터 험난한 길이 예고된 것입니다.



3. 요즘 자살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종신보험의 경우 계약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일반 사망보험금 지급을 하고 있으므로 일반사망보험금을 받는 것이야 큰 문제가 없지만 문제는 재해사망보험금입니다.




4. 잘 알다시피 자살은 원칙적으로 보험금을 지급치 않습니다. 특히 재해사망보험금이 그렇습니다.




5. 다만 생명보험회사 쪽 상품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사실이 증명된 경우’ 는 예외적으로 재해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이런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해 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손해보험회사 쪽은 좀 다릅니다. 뒤에 이 부분은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6. 여하튼 자살 사고의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을 지 여부는 자유로운 의사 결정 능력이 있었는지 이를 어떻게 입증하는 지가 쟁점입니다. 위 서울고등법원 사건의 경우도 망인이 정신분열증으로 대학병원의 정신병동에 입원까지 하였기 때문에 자유로운 의사 결정 능력이 없었을 것으로 속단하기 쉬우나 막상 소송에 들어가면 법원이 선뜻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 를 여간해서 잘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7. 생명보험회사 쪽 재해 보험 계약 중 비교적 오래 전 계약들은 약관에 단순히 정신질환상태에서 자살하면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법원에서 우울증이나 정신불안 증 같은 비교적 흔한 정신질환을 가지고는 재해 사고를 인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8. 또  몇 년 전의 손해보험회사 보험 계약들은 약관에 보상하지 아니하는 손해로  ‘6.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또는 정신질환’ 을 규정하고 자유로운 의사 결정 능력이 없었을 때를 심신상실로 보고 빠져나갔습니다.




9. 그래서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추락한 사고도 손해보험회사는 ‘피보험자의 심신상실’ 을 이유로 그리고 우울증이나 심지어 정신분열증조차도 ‘피보험자의 정신질환’ 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고로 약관에 명시됐음을 이유로  재해보험금을 지급치 않았습니다.




10. 그러나 네이버 등을 보면 자살에 대하여 재해사망보험금을 받아주겠다고 떠드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본 변호사 경험에 비추어 보면 허풍으로 들릴 뿐입니다. 



11. 위 서울고등법원 사건도 1심에서는 패소하였다가 항소심에서 어렵게 승소로 이끌어 냈습니다. 처음부터 충분한 증거를 수집하고 보통 각오를 하고 매달리지 않는 한 재해보험금을 받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12. 아래 법률신문 2012. 11. 8.자 4면에 실린 기사를 소개합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 변호사가 맡았기 때문에 비교적 사안을 잘알고 마침 신문에서 보도하였기에 간략하게 사건을 소개한 것입니다.



13. '정신분열증 자살' 보험금 지급해야 

서울고법 "정상적 의사결정능력 있었다 보기 어려워"



정신분열증 환자가 약물 치료 중단 후 병세가 재발해 투신 자살했다면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인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0부(재판장 장석조 부장판사)는 최근 투신자살한 J씨의 부모가 D보험사를 상대로 낸 종신보험금 청구소송 항소심(2011나48850)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피고는 97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양측이 상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J씨의 부모가 J씨를 위해 가입한 종신보험의 약관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사실이 증명된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J씨가 자살 의사를 밝힌 유서와 같은 객관적 증거가 없고, 사고 3일 전까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녔고 봉사단체에 봉사활동 참여를 신청하기도 했다”며 “이러한 J씨의 행동에 비춰보면 J씨에게 자살의 동기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J씨는 주치의에게 투약의 부작용을 호소해 처방받는 투약량이 줄어들었고, 사고 발생전 2달 가량은 투약을 중단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J씨는 사고발생 보름 전부터 누군가 문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했는데, 이는 투약을 중단함으로써 정신분열증이 재발한 증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외관상으로 관찰할 때 J씨가 자신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서 뛰어내려 사망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신분열증의 발현으로 인한 환시·환청 등에 기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J씨의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에 따른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J씨의 부모는 2008년 12월 J씨를 피보험자로 해 D보험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는데, 2010년 12월 J씨가 고층아파트 베란다에서 투신자살하자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자살이라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법률신문 2012. 11. 8.자 이환춘 기자 ]






2012. 11. 13.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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