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생명보험업계와 농협이 법정 싸움에 들어간다.


생보협회는 2004.3.7일 “농협은 보험회사가 아닌데도 유사보험 상품을 판매하면서 ‘생명’이나 ‘보험’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8일 법원에 본안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협은 “농협이 사용하는 ‘보험’이라는 단어는 공제보험의 약칭으로 작년 9월 생보업계가 법원에 사용 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기각됐다”며 맞서고 있다.



생보업계와 농협이 상품 명칭 사용을 둘러싸고 이처럼 법정 공방까지 치달은 것은 ‘밥그릇 싸움’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종신보험부터 상해, 저축성, 화재보험까지 민영 생보사의 보험 상품을 모두 판매하고 있는 농협은 수입보험료 기준으로 지난해 이미 삼성 대한 교보에 이어 업계 4위로 떠올랐다.


작년 한 해 농협의 수입보험료는 6조2770억원으로 업계 3위인 교보생명의 6조6972억원(4∼12월)에 육박하고 있다.


생보업계는 농협이 상품에 ‘보험’이라는 용어를 쓰면서도 금융감독원의 까다로운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을 이용해 시장 질서를 해치고 있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특히 농협은 보험판매인이 자격을 갖추지도 않았고 자체 분쟁조정위원회가 소비자와의 분쟁을 조정하고 있어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게 생보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농협은 1977년 옛 체신부의 보험 부문을 인수하면서 일반인에게도 보험 상품을 팔 수 있게 됐고 농림부의 자체 감독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농협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줄줄이 무너진 쪽은 오히려 금감원의 규제를 받았던 민영 생보사들이었다”며 “우리가 민영생보사에 비해 감독이 느슨하다는 비판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