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가 외제차 판매가 늘면서 사소한 접촉사고에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리비를 물어주는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외제차의 범퍼를 들이받는 가벼운 접촉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도 자동차보험 약관상의 대물보상 한도액을 뛰어넘는 ‘견적’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특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연말 부산에 사는 김모(여·42)씨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이상하게’ 생긴 차의 뒤 범퍼를 들이받았다. 충격으로 앞으로 튀어나간 그 차는 앞에 주차해있던 밴을 받았다. 손상부위를 살펴보니 앞뒤 범퍼에 금이 조금 가 있을 뿐이었다. 그는 차주인을 찾아 사과하고 보험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달쯤 뒤 김씨는 보험회사 직원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



수리비가 대물보상 한도액인 3000만원을 넘겼으니 사고차의 주인에게 400만원을 별도로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사고 외제차는 이탈리아산 최고급 스포츠카인 ‘페라리’. 앞뒤 범퍼 수리에 1600만원, 소음기 수리에 1000만원, 도색 등 기타비용 300만원, 여기다가 차 주인이 수리기간 사용한 렌터카 비용 500만원 등 도합 3400만원이 나왔다. 국산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스의 범퍼와 소음기 교체비용이 각각 50만원, 10만원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비용인 셈이다.


벤츠의 경우 C클래스급 이상의 백미러 1개 교체 비용은 120만원. 또 GM 캐딜락의 앞유리 창에 장착된 적외선 시야확보장치인 ‘나이트 비전’, 포드 링컨 타운카의 헤드라이트에 장착된 ‘제논 램프’ 등과 같은 특수장비의 교체비용은 각각 250만원, 29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수입차 소유자들은 사고가 발생하면 차 수리기간에 자기 차와 ‘급수가 같은’ 수입 렌터카를 이용하는 탓에 차량대여비가 수리비보다 더 많이 나오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지난해 7월 이모(31)씨는 서울 도심에서 신호대기하던 독일산 스포츠카 ‘포르셰’를 받아 뒤 범퍼를 약간 파손시켰다. 포르셰 주인은 수리기간인 3주동안 ‘벤츠 S320’을 빌려 사용했다. 차량 수리비용은 240만원에 불과했지만 렌터카 비용은 450만원. 결국 이씨의 자동차 보험에서 690만원이 빠져나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수입차 1만9461대가 팔려 2002년(1만6119대)에 비해 20.7% 늘어났다. 이와 비례해 수입차와의 교통사고도 계속 늘어나 자동차보험 상위 4개사의 지난해 외제차 관련 사고접수는 1만여건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지난해 LG화재의 수입차(수입 오토바이 포함) 관련 사고 처리건수는 3500건으로 2002년의 2800여건에 비해 30% 가까이 늘어났다. 삼성화재 김광선 외제차 전담 보상팀장은 “수입차 등 고급 승용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대물보상한도 역시 기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일부 보험사들의 저가경쟁으로 보상한도액이 낮은 상품을 권유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일보 2004.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