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이 보기에 자살로 의심되는 사망사고에 대해 법원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같은날 같은 재판부는 자살이 아닌 사고사일 가능성이 큰 다른 사망사고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사망 원인이 '자살'임을 입증할 책임이 보험사에 있는 반면 질병사가 아닌 '사고사'임을 입증할 책임은 유족에게 있기 때문에 두 사망사고 모두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은 자살이 아니라는 것을, 혹은 사고사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없는 상대방의 손을 들어준 것.




충남의 한 농촌에 살던 A씨(여. 당시 47살)는 한겨울인 2002년 12월 자신의 집 근처 가건물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쓰러진 A씨 옆에서 수면제 통과 술병이 발견됐으며, 부검에서 A씨는 수면제 성분과 알콜의 상승작용으로 숨졌다는 결론이 나왔다.




A씨의 남편은 수년간 당뇨병과 중풍을 앓아 왔으며, 집안의 금융기관 부채는 7000만원을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A씨가 종신보험을 들었던 S생명은 A씨가 신병을 비관해 자살 한 것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 유족을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냈다.




그러나 담당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은 2004. 8. 23일, "자살임을 입증할 정황 사실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S사는 유족에게 보험금 1억5500만여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19일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사망한 날 주변 가족에게 평소와 다르지 않게 행동했고 유서도 남기지 않은 점, 사망 이전 친하게 지내던 사람에게 불면증이 있다고 호소해 수면제 사용을 권유받았던 사실 등을 감안하면 자살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같은 재판부는 19일 유럽에 출장갔다 호텔에서 숨진채 발견된 B씨의 유가족이 S화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는 "B씨의 사망이 상해 또는 불의의 사고라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외국 여행중 재해로 사망했을 경우 최고 10억원까지 받을 수 있는 S화재의 보험에 가입했던 B씨는 2001년 스페인의 한 호텔 화장실 욕조에서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B씨를 부검한 현지 경찰은 B씨가 심장부정맥에 따른 심장 정지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B씨는 사망 이전 4년간 받은 건강검진에서 심장에 어떤 이상도 발견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B씨의 유족은 "B씨가 욕조에서 미끄러져 벽에 부딪히면서 심장 기능에 이상을 일으켜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 재판부는 "B씨의 사망이 외부로부터 우연한 돌발적인 사고로 인한 것으로 볼 만한 충분한 증거가 없다"며 "유족들의 보험금 청구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양영권기자 indepen@money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