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가 워낙 많이 발생하다 보니까 교통사고인지 아닌지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예컨대 운전자가 운전 도중 뇌졸중으로 정신을 잃고 담벼락에 충돌 운전자가 사망한 경우 이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볼 수 있을까.



법원 판례는 이런 경우 뇌졸중이 선행 원인이므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이라고 인정하진 않는다.


반면, 신호 위반 사고로 도로 한복판에서 운전자끼리 시비가 붙어 상대로부터 욕설을 들은 운전자가 갑자기 쓰러져 뇌출혈로 사망한 사고는 교통사고로 인정한다. 교통사고로 정신적 충격을 당한 데다 욕설을 듣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뇌동맥류 파열의 한 원인이 돼 사망했으므로 교통사고와 인과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언뜻 보기에 교통사고가 아닌 것 같아도 교통사고로 인정받는 경우가 적잖다.



또 당뇨나 고혈압 환자가 비교적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해 치료받던 중 병이 깊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비좁은 병실에서 운동 부족이나 각종 스트레스를 받게 돼 치료 중 기존에 앓고 있던 질병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도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에스컬레이터에 타고 있다가 정전으로 멈추는 바람에 추락하여 부상당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에스컬레이터 사고도 보험 약관에선 교통사고로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통사고 상해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당연히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선박, 경운기, 우마차, 케이블카, 엘리베이터, 모노레일, 자전거 등도 교통수단이므로 이것도 역시 교통사고 범주에 속한다. 그런데 교통사고 상해보험 약관 중에는 공장, 토목작업장, 탄광 구내에 사용되는 교통수단에 의해 직무상 발생하는 교통사고에 대해 교통사고로 인정하지 않는 규정이 있는데 일반인의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쉽게 말해 공장 안에서 공장 작업 차량에 사고를 당하면 교통사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설사 이런 규정이 있어도 교통사고로 인정하는 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 2006.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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