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産災)보험은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당한 경우에 적용된다.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가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사업장 밖에서, 특히 근무 시간 이전이나 이후에 사고가 난 경우에 업무상 재해가 되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다툼이 많다.


근로자가 출퇴근시 발생한 사고를 살펴보자. 산재법상 사업주가 근로자들의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다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보고 있다. 반면 근로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한 경우에는 상황에 따라 판정이 달라진다.



예컨대 회사의 출퇴근 버스가 오지 않아 시내버스를 이용하다 사고가 나면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것이 법원 판례이다. 또 가족과 떨어져 살던 은행 지점장이 휴일에 가족 거주지로 갔다가, 월요일에 자신의 승용차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법원은 판결한 바 있다. 거래처 직원 접대를 마치고 귀가 도중 괴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경우 역시 업무상 재해가 아니다.



이에 비해 휴일에 회사의 지시로 직장에 가다 사고 난 경우는 의외로 산재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상사로부터 휴일 근무 지시를 받고 자가용을 운전해 출근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업무상 재해라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내린 결정 사례이다. 회사에 구내식당이 없어 직원들이 집에서 점심을 먹는 것을 사장이 허락해, 근로자가 점심시간에 집에서 점심을 먹고 회사로 돌아오던 중 급성동맥폐쇄증으로 사망한 사고를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고 선고한 법원 판결도 있다.



또 휴일에 회사 차량을 견인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견인 작업을 하다 사고를 당하면 업무상 재해에 해당된다. 출장을 마치고 사업주의 지시에 의해 사업주가 식사 중이던 음식점으로 찾아가 업무 보고를 하고 귀가하다가 사고를 당한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보고 있다.




요컨대 출·퇴근 중 사고라 해도 업무상 재해판정이 조금씩 달라진다. 정리를 해보면 회사에서 출·퇴근용으로 제공된 차량이 아닌 차로 평일에 출·퇴근하여 사고를 당하면 업무상 재해가 아니지만, 휴일에 회사 지시를 받고 회사에 가던 중이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하고 있다.




조선일보 2004. 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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