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해1급

가. 보험 상품의 하자

삼성생명의 어린이 건강 보험 상품 중에 뉴 어린이닥터보험Ⅲ가 있다.
삼성생명이 우리나라 리딩 보험회사인 만큼 이 어린이닥터보험Ⅲ도 적지 않게 팔렸을 것이다. 그런데 이 뉴 어린이닥터보험Ⅲ는 자동차 리콜에 해당할 만큼 큰 하자가 하나 발견됐다.


그것은 1급 장해에 관한 것이다.
2002년경 우리나라 생명보험 상품에 커다란 변화가 하나 있었다.
2002년 이전에 체결된 계약 만해도 장해 1급은 생명보험에서 특별 취급을 해왔다. 다른 2급-6급장해가 재해사고만 보험금을 지급하였으나 1급 장해만은 재해 이외의 사고도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질병으로 인한 장해도 보험금을 지급했었다.


이 재해 사고가 아닌 장해도 보험금 지급을 한다는 사실은 계약자편에서는 대단히 유리한 것이다. 1급 장해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하루도 살수 없을 정도로 중증이어서 보험에서는 사망에 준하여 취급을 해왔다.



나. 장해 1급

1급 장해를 좀 더 살펴보자.
생명보험 약관의 장해등급 분류표에 의하면 1급장해란 ①두 눈이 먼 경우, ②말 또는 씹어 먹는 기능 상실, ③중추신경계 또는 정신에 뚜렷한 장해로 평생 항상 간호, ④흉. 복부 장기에 장해로 평생 항상 간호, ⑤두 팔을 손목이상을 잃었거나 또는 완전 영구히 사용 불가할 경우, ⑥두 다리가 발목이상을 잃었거나 잘렸거나 또는 완전 영구히 사용 불가할 경우, ⑦한 팔의 손목 이상을 잃고, 한 다리 발목 이상을 잃었을 때, ⑧ 한 팔의 손목 이상을 잃고, 한 다리를 완전 영구히 사용불가, ⑨한 다리의 발목 이상을 잃고 한 팔을 완전 영구히 사용하지 못하였을 때 등이다.



1급 장해를 살펴보면 말이 장해지 생명만 붙어있을 뿐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든 경우로서 보험에서 사망과 같은 취급을 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이 담합이라도 한 것처럼 2002년경 1급 장해도 재해사고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약관과 증권을 변경해 버렸다. 그래서 종전에 보험 증권을 보면
“장해1급 및 재해로 2급-3급의 장해를 당하면...”식이었으나 그 뒤에는
“재해로 장해1급 및 2급-3급의 장해를 당하면..."으로 바뀌었다.



"재해로"라는 단어를 문장의 맨 앞으로 옮기므로서 보험회사는 1급 장해라도 질병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일을 없애 버렸다.





나. 보험사가 얻은 실익

보험회사에게는 어떤 실익을 얻었을까.
뇌졸중, 암, 심근경색, 당뇨 등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1급장해가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병군이다. 어린이 쪽을 보면 다운증후군, 근이양증, 발달장애 등이 1급장해가 많이 발생하는 질병군이다. 암 말기가 되면 1급장해 상태가 됐다가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흔하다.


장해1급은 보험 대부분 보험금이 거액이다.


어떤 보험 상품은 월300만원씩 10년씩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것도 있다. 연 누계로 따지면 3억 6000만원이나 되는 거금이다. 위 "재해로” 문구 하나를 앞으로 옮기면서 보험회사는 이 돈을 절약하게 된 셈이다.
물론 위와 같이 변경된 제도는 변경 이후 체결된 계약에 한해서 적용되는 것이지 변경 이전에 이미 체결된 계약까지 소급되는 것은 아니다.







2. 뉴 어린이닥터보험

가. 전격적인 계약 변경

장해1급을 재해에만 지급하는 계약 내용 변경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회사에 따라서는 연간 수백억 원 또는 그 이상의 보험금이 절약되는 만큼 준비는 오래전부터 해왔지만 비밀리에 추진돼 왔다. 이 계약 내용 변경이 보험회사들이 모여 담합을 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회사가 먼저 바꾸고 다른 회사들이 뒤따라 간 것인지 본 변호사는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계약 변경이 기습적으로 갑작스럽게 이루어 진 것만은 틀림없다. 회사 내부 직원들 사이에도 우왕좌왕 적잖게 혼란을 빚었던 흔적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가 뉴 어린이닥터보험Ⅲ이다.
이 계약에 하자가 있다는 사실은 필자가 보험 상담을 하다 우연히 알게 됐다. 물론 상담을 하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알게 됐을 것이다.





나. 우연하게 발견된 하자

K라는 아기 엄마가 있었다.
5개월 된 아기 엄마였는데 마침 아파트 아래층에 7개월짜리 아기 엄마가 있어 자연스럽게 친하게 지냈다. 어느 날 아래층 아기 엄마가 삼성생명 뉴 어린이닥터보험Ⅲ에 가입하였다.
이때가 2002. 5.월이었다.



보험 설계사가 X이다. 당시 K는 X에게 똑같은 내용의 보험을 설계해 달라고 하자 아기가 6개월은 돼야 가입할 수 있으니 좀 기다리라고 했다. 두 달 뒤 그러니까 2002. 7.월에 K는 아래 집과 똑같은 뉴 어린이닥터 보험Ⅲ 에 가입하였다. 보험 가입금액, 보험료, 보험금, 보험내용 모두를 똑 같이 설계한 것이다. 다만 엄마의 나이 차이가 있어 나중에 가입한 K가 보험료를 월200원정도 더 부담하게 됐다.



그리고 1년쯤 세월이 흘렀다.
K의 아이가 몸에 이상이 오더니 결국 발달장애로 1급장해 판정을 받았다. 보험 증권을 보니 “재해로 1급 및 2급-3급...”이라고 적혀 있었다. 자기 아이는 재해가 아닌 질병에 의한 1급 장해이기 때문에 보험금을 탈 수 없었다. 그때 까지는 누가 보아도 못받는 것은 당연했다.


아이를 특수학교에 취학시키고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아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런데 같은 뉴 어린이닥터Ⅲ 보험인데 어느 집 아이는 재해가 아닌데도 보험금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아이 뉴 어린이닥터Ⅲ 보험 증권을 보니 거기에는 “장해1급 및 재해로 2급-3급...”으로 돼 있었던 것이다.





다. 황당함 그 자체

눈이 의심되는 순간이었다.
K는 집에 와 확인해보니 자기의 보험 증권은 “재해로 1급 및 2급-3급...”라고 기재돼 있었다. 같은 회사, 같은 보험 상품인 뉴 어린이닥터보험Ⅲ, 같은 보험료를 내고 가입하였는데 1급장해 보험금 지급 사유가 전혀 다른 것이다.
K는 아래층 아기 엄마 증권을 확인해보니 거기도 “장해1급 및 재해로 2급-3급...” 이라 돼 있었다.



그러니까 2002. 5월과 7월, 불과 두 달 사이에 체결된 뉴 어린이닥터 보험Ⅲ 계약이 내용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아래 층 아이와 똑 같은 내용의 계약을 모집인으로부터 설계해서 보험 청약을 한만큼 K는 황당하고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보험회사에 항의를 해 보았다.



그런데 보험회사 대답은 이런 것이었다.

“종전 뉴 어린이닥터보험Ⅱ의 [장해1급 및 재해로 2급-3급...]로 된 내용을 [재해로 1급 및 2-3급...]로 변경한 것이 뉴 어린이닥터보험Ⅲ이다. 따라서 뉴 어린이닥터보험Ⅲ 약관에는 [재해로 1급 및 2-3급...]이라고 인쇄돼 있다. 약관처럼 보험 증권도 내용을 변경했어야하는데 회사 실수로 예전 그대로 잘못 인쇄됐다. 따라서 증권의 인쇄 잘못이 명백한 만큼 그런 증권을 가지고 있는 계약자에게도 회사에서 재해가 아니면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그리고
“ 회사에서 잘못 인쇄된 것을 알고 뉴 어린이닥터보험Ⅲ 증권도 새로 인쇄했다. 당신 아이 증권이 올바로 인쇄된 것이다. 따라서 당신 경우는 더 더욱 회사 책임이 없다.” 라고 덧붙였다.


정리해 보면 이렇다.
“ 초기에 체결된 일부 계약자 보험 증권은 인쇄가 잘못됐다. 그 뒤 인쇄를 제대로 했다. 어떤 경우든 재해가 아니면 회사는 보험금을 지급치 않는다.”



그러나 나중에 K가 특수학교에 다니는 다른 아이 것을 확인해보니 [장해1급 및 재해로 2급-3급...]로 된 증권을 발부받은 계약자는 재해가 아닌데도 보험금을 받고 있었다. 보험사 직원이 잘못 알고 있었거나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K의 보험회사와의 싸움은 이제 시작됐다. 앞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라. 뉴 어린이닥터보험Ⅲ 상품

참고로 뉴 어린이닥터보험Ⅲ 을 살펴보자.
삼성생명은 2000.4.17일에 처음 뉴 어린이닥터보험이란 명칭으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2001.3.27 뉴 어린이닥터보험Ⅱ, 이어서 2001.10.4 뉴 어린이닥터보험Ⅲ, 2002.8.5 뉴 어린이닥터보험Ⅳ으로 상품 명칭을 그대로 두고 숫자를 업그레이드 시키더니 2003.2.14부터는 “뉴”를 없애버리고 어린이닥터보험 1,2종이라는 명칭으로 판매하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2001.10.4부터 2002.8.5 이전까지 판매된 뉴 어린이닥터보험Ⅲ이다. 이 기간 동안에 회사는 같은 보험료를 받고도 일정한 시점을 전후로 서로 다른 상품을 판매한 것이다.







3. 기관과 개미

자칫 묻혀버릴 사건이 특수학교에서 같은 보험계약을 맺은 사람을 만나면서 알려지게 됐다. 똑같은 보험계약이 불과 2달 만에 상품의 질이 전혀 달라진 것이다.


이 제도 변경이 밖으로 새나가면 일이 그르칠 가능성이 있었던지 보험회사도 내부 몇몇 사람만 알정도로 보안 유지를 해왔던 것 같다. 너무나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보험회사 직원들도 한 동안 증권을 미쳐 바뀐 대로 인쇄하지 못할 정도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직원들도 그러하니 보험 모집인들은 더 더욱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상품을 판매했었던 것 같다.



이 사건을 보면 보험료가 변경전이나 후나 똑같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장해1급이 재해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제도를 바꾸면 분명 그에 따라 보험료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 그런데 보험료는 그대로 두고 보험회사만 보험금을 줄어들게 만들어 버렸다. 제도 변경으로 보험회사만 이익을 챙긴 셈이다. 같은 뉴 어린이닥터보험Ⅲ 이면서 1급 보험금 지급 사유가 서로 다른 보험계약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또 이로 인해 얼마나 보험금이 줄어들게 됐는지 회사만이 알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 개미와 기관투자가 사이의 관계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큰 손인 기관은 수익을 올리는데 비하여 개미들은 늘 손해 본다. 개미는 투자 기술도 뒤지고 정보 입수도 늦고 그런 정보조차 공유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도 보험사 숫자는 몇 안 되지만 약관을 스스로 만들고 개정하는 데다 자금, 정보, 조직, 전문성, 로비력 등이 일반 계약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월등하고 자기들끼리만 정보 공유를 한다. 계약자는 숫자는 많지만 모래알처럼 뭉치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아무런 힘도 발휘하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늘 보험사가 휘두르는 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이나 소비자보호원 같은 곳도 있지만 워낙 막강한 보험회사 힘 때문에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어느 때 보다도 강력한 소비자 운동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 글을 읽은 뉴 어린이닥터보험Ⅲ 계약자들도 서로 정보교환이나 공동 대처를 해야 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에 와 있다.






4. 제가 십자가를 지겠습니다.

똑 같은 보험료를 내고도 차별받는 것은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불이익 당하는 일은 없어져야할 것입니다. 하자있는 자동차 상품에는 리콜이란 제도가 있지 않습니까. 보험도 잘못된 계약은 리콜돼 바로 잡아야합니다. 2003년 초에 예정 이율 인하되자 종신보험의 보험금을 높여준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리콜의 일종 아닐까요.

뉴 어린이닥터보험Ⅲ 계약자 여러분 한 번 뭉쳐 봅시다. 그래서 보험증권 상 [재해로 1급 및 2-3급...]라 돼 있는 것을 바로 [1급 및 재해로 2-3급...] 이렇게 바로 잡아야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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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5. 2일
변호사 강 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