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보험사고가 나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신청하면 보험회사가 사고 조사를 한 뒤에 보통은 그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지급받게 된다. 그런데 이따금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지급 받기는 커녕 보험회사로부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 걸려오는 경우가 있다.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이란 보험회사가 피보험자의 보험사고가 발생하긴 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으므로 법원에 보험금 채무 없을 구하는 소송이다. 이 소송에서 보험회사가 승소하면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채무를 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소송은 보험회사가 원고이고, 계약자 쪽이 피고가 된다.



보험계약자 입장에서 이런 소송이 보험회사로부터 걸려오면 착잡하기만 하다. 사고가 나 정신이 없는데 보험금을 지급 받기는 커녕 소송까지 걸려왔으니 더욱 그렇다.


이런 경우 어떻게 대처할까.
첫째는 겁을 먹거나 당황할 필요가 없다. 이때는 법원으로부터 날라온 소장을 거듭하여 읽어보고 사건을 분석해야 한다. 보험회사는 고지의무 위반 이유라든지, 재해사고가 아니라든지, 보험료 연체로 보험계약이 실효중 사고라든지 여러 이유로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이런 소송을 걸어오는 것이다.



피고(계약자) 입장에서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라고 한다면 고지의무 위반을 했는지 여부와 고지위반 사항과 사고와의 사이에 인과관계,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을 안날로부터 1개월이 경과한 뒤 해지 통보를 한 것은 아닌지, 계약으로부터 2년이 지난 뒤 사고가 난 것은 아닌지 등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재해 사고가 아닌 것을 이유로 보험회사가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많이 걸어온다. 이때는 사고가 재해 사고인지 여부를 잘 확인해야 한다. 재해 사고 여부 구별이 일반인 입장에서는 쉽지는 않다. 보통 재해는 질병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사고가 우연히 발생한 것인지, 급격하게 발생한 사고인지, 외래적인 사고인지 즉 자살에 의한 것이 아닌지 등이 재해와 질병과의 구별 기준이 된다.



또한 계약 실효를 이유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걸어온다면 계약이 실효됐는지 여부를 살펴야한다. 요즘 보험료는 자동이체 등으로 납부하는 것이 보통이다. 다달이 납부되는 보험료가 연체되면 과거에는 보험회사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도 연체된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실효되는 것으로 처리하였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이 일정한 기간을 두고 보험료 납부를 고지하고 그래도 보험료 납부를 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지 한다는 통보를 해야 비로소 계약이 해지된다고 선고한 바 있어 보험료가 연체됐다하여 계약이 실효되는 것은 아니므로 연체 중 해지 통보를 받았는지 등을 확인해봐야 한다. 최근 법원은 이 해지 통보를 등기우편으로 통보해야한다는 판결도 있으므로 등기우편으로 통보를 받았는지 확인해야한다.



두 번째는 절대로 심리적으로 기죽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보험회사들이삼성, LG, 현대, SK, 교보, 대한 같은 대재벌그룹에 속한 보험회사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런 회사들이 소송을 걸어오면 기죽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런 거대 기업도 법률과 약관 등을 어기면 법원은 그들에게도 불이익이 되는 판결을 한다.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이 보험회사가 패하는 경우도 생각보다는 의외로 많다.



세 번째는 전문가로부터의 조언이다.
보험과 관련하여 보험회사 직원이나 보험 모집인등 보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지만 대부분 보험 영업 쪽에는 많은 지식과 경험이 많지만 분쟁과 관련한 전문가는 그렇게 많지 않다. 이들에게 분쟁에 관한 질문을 한다하여 정확한 답을 기대한다는 것은 사실 어렵다. 보험 법률과 분쟁에 경험 있는 전문가를 찾아 사실관계를 잘 전달하여 정확한 판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네 번째는 시간 준수다.
법원으로부터 배달된 소장을 받은 날로부터 1개월 이내에 답변서를 작성하여 법원에 접수해야 한다. 만일 소송을 포기해버리면 한달이내에 답변서를 내지 않아도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반드시 한달이내에 답변서를 법원에 내고 적극적으로 응소해야 하는 것이다.



채무부존재 확인소송과 관련하여 본 변호사가 맡았던 사건 하나를 소개해 보겠다.
모 외국계 보험회사에 암 보험에 가입한 여자 분이 있었다. 유방에 몽우리(의학적인 용어는 유방 종괴)가 잡혀 동네 병원에서 검진을 하였더니 보다 큰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다. 그래서 큰 병원에 가 방사선 검사등 각종 검사를 하였더니 “유방 종괴이긴 하나 암 같은 특이한 질환은 아니다. 다만 향후 1년마다 주기적으로 관찰을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의사로부터 들었다. 그 후 위 여자 분은 카드회사와 제휴한 어느 외국계 보험회사로부터 암보험 가입을 전화로 권유받았다. 그래서 마침 유방종괴 진단을 받은바 있어 암보험에 가입을 하였다. 유방 종괴는 의사가 특별한 질환이 아니다고 한바 있어 더 병원에 가지 않고 있던 중 보험에 가입한 날로부터 5개월 뒤에 몸에 이상 징후가 있어 진단을 받았더니 뜻밖에도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보험회사에 보험금 청구를 하였더니 보험회사는 계약 당시에 유방종괴 진단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고지의무 위반이다 하여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왔다.



이 여자 분은 본 변호사를 찾아와 상담을 하였다.
보험금이 4,000만 원이어서 암보험금 치고는 꽤 컸고 여자분이 가정적으로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치료를 위해서는 이 보험금이 꼭 필요한 경우였다. 그러나 그런 필요성이 있다하여 보험회사가 풍성풍성 보험금을 내줄 리는 없었다. 오히려 이 외국계 회사도 어떻게 하든지 보험금을 안내주는 보험회사 속성을 강하게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필자는 과연 고지의무 위반인지 여부를 살펴보았다. 모든 사건이 다 그렇지만 승소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검토 중 유방종괴 진단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의사가 특이 소견이 없다고 하였고 또 보험 가입시 텔레마케팅 방식이어서 고지사항 질문을 서류에 체크한 것이 아니고 전화로 물어왔는데 전화상인데다 질문자 말이무척 빠른 사람이어서 뭐를 묻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유방종괴 진단 사실을 보험회사에 알려주기에 마땅치를 않았다. 이런 점들이 여자쪽에 유리한 점이었다. 이에 비해 계약일로부터 암판정 일까지는 너무 짧고 보험 계약 전에 어떻하든 유방종괴 진단을 받았는데도 이를 알리지 않은 점이 결정적으로 불리했다. 이런 점들에 대하여 상담을 해주었다.



결국 이 여자분은 소송에 응소하였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으나 보험회사와 싸워 결국은 승소하였다. 보험회사도 만만치 않아 항소를 거듭했지만 끝내는 여자 분이 이겼고 보험금 4,000만 원을 받았다.


대부분 이런 외국계나 국내 거대 생명보험회사가 소송을 걸어오면 지레 겁을 먹고는 손을 들어 항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보험회사에 따라서는 자기들이 패소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법률 지식이 없고 소송을 겁내는 약점을 이용하여 계약자쪽에서 포기하리라는 의도로 이런 소송을 걸어오는 경우도 많다. 이 여자분도 포기할 것인지 응소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하다가 응소하였고 그리고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보험회사와 맞서 승소한 케이스이다.
여하튼 보험회사로부터 채무 부존재 소송이 걸려오면 사건을 잘 분석하고 확인한 뒤에 응소하든지 포기할 것이지 겁을 먹고 쉽게 포기할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