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주력상품으로 팔고 있는 ‘치명적 질병(CI) 보험’에 ‘치명적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슷한 약관으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각사의 CI보험 상품은 약관상 중대한 결함을 갖고 있어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CI보험은 불안전판매의 소지가 커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위가 요구됐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송모씨(49·여)는 지난 2003년 12월 남편을 오모씨를 피험자로 해 D생명보험사의 사랑모아CI보험에 가입했다.



그런데 2004년 말 오모씨가 ‘뇌종양에 의한 뇌출혈’을 일으켜 현재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송씨는 D생명보험사에 중대한 뇌출혈 진단자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으나 보험사는 “상품 약관에 뇌종양에 의한 뇌출혈은 보장에서 제외된다고 명기돼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송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 소비자보호센터 분쟁조정실은 송씨의 민원을 검토한 후 ‘약관의 물리적 해석에 따라 해당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회사의 결론은 적정하지 않다’며 보험금을 적정하게 지급하라고 D생보사에 재검토 요구서를 보냈다.



그러나 D생보사는 이에 반발, 지난 5월 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냈다. 송씨는 남편 병수발에다 보험사의 소송에 대응해야 하는 이중고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D생보사 관계자는 “약관에 따라 지급사유가 안된다고 판단해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약관 자체의 결함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금감원장 명의로 D생보사에 보낸 ‘재검토 처리요구서’에서 “보험사가 약관상 중대한 뇌졸중에서 제외하고 있는 ▲뇌수술 합병증으로 인한 뇌출혈 ▲뇌종양에 의한 뇌출혈의 경우 이 상품의 최초 기획자가 의도했던 바와 달리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뇌수술 합병증과 뇌종양에 의한 뇌출혈이 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심각한 수시장애(간호를 계속 요구하는 상태)의 상태를 가져옴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뇌출혈의 발병 원인이 뇌수술 합병증과 뇌종양이므로 이를 보장에서 제외하는 것은 치명적 뇌졸중의 상태가 발생했을 경우 이를 사망 전 보장한다는 이 보험의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특히 금감원은 “치명적 질병상태가 발생할 경우 선지급 보험금의 수령을 자연스럽게 기대할 수 있는 합리적 고객의 예상과 달리 단순히 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공정한 약관조항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팔고 있는 CI보험은 상품 개발시 모델로 삼았던 선진 보험사들조차도 보장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지 않은 질병을 제외한 경우가 많다”면서 “분쟁소지가 큰 만큼 약관 개정작업이 일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13개 생보사와 6개 손보사가 팔고 있는 CI보험 약관이 거의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약관 개정작업이 진행되면 집단소송 등 상당한 혼란이 일 것으로 우려된다.



보험소비자연맹 조연행 사무국장은 “현재 CI보험 판매는 대부분의 보험사가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설계사들에게 상품을 팔도록 함에 따라 대량의 집단민원 소지가 커 약관 개정, 불안전판매 방지책 등 금융감독당국의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2005. 7. 10. 조석장 기자 seokjang@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