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테러로 우리나라 여행객들이 인명사고를 당했다면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지난 1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한국인 관광객도 부상을 당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가나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낼 때 ‘그 때 그 때 다르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번 사건에만 한정해서 볼 때 부상 여행객들은 국가를 상대로 ‘재외국민 보호의무 소홀’을 근거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재외국민 보호의) 구체적 내용, 범위는 외무공무원의 재량이다’는 판례로 볼 때 승소 가능성은 매우 낮다. 피해자들이 행선지를 한국대사관 등에 미리 통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가 났다면 국가가 보호하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공무출장이 아닌 휴가 중의 사고라면 업무상 재해도 인정받기 힘들어 산재보상의 길도 쉽지 않다. 하지만 여행지역이 테러위험이 상존한 지역이고 그에 대한 국가의 적절한 주의가 없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자국민 보호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되면 국가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손해보험은 약관에 제외사유가 없는 한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행자 보험은 약관의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느냐가 갈린다.



대부분 보험사의 여행자 보험 약관에는 천재지변이나 전쟁, 내란·폭동 등의 사태를 ‘보상하지 않는 손해’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테러를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로 보느냐, 아니면 ‘전쟁이나 내란·폭동’ 등으로 해석하느냐에 따라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려있다.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출을 줄이려는 보험사의 성향을 보면 테러를 전쟁이나 폭동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한 보험사는 9·11테러나 동남아 쓰나미 사태 때 자사 보험에 가입한 여행자들에게도 보험금을 지급한 바 있다.



세계일보 2005/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