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술에 취해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익사


평소 술을 좋아하고 주벽이 심한 편이었던 망인이 술에 취한 상태에서 타고 있던 택시를 세워 내린 후 교량 난간을 타고 넘어 도합 8.32m의 다리 아래로 뛰어 내려 강물에 빠져 익사하였다. 술에 취해 사고를 당하는 사례는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다. 물론 이 사례처럼 다리 난간을 뛰어 내려 추락해 사망한 경우야 흔치 않은 사고이긴 하다. 그러나 술에 취해서 벌어지는 사고는 무척 많다. 음주에 비교적 관대한 시회 현상에서 나온 것이다.

이렇게 술을 마시고 특히 주사를 벌이는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경우는 보험처리가 어떻게 될까. 나라에 따라서는 음주 그 자체에 중과실이 있다고 하여 보험회사가 면책되는 곳이 있다. 마침 우리 대법원에 좋은 사례가 하나 있어 소개를 한다.


2. 사실 관계

가. 공제 관계

망인은 새생활공제 등 상해보험에 해당하는 공제 계약을 체결하였다. 새생활공제 제3형은 그 약관에 공제금 지급요건의 하나로 피공제자가 공제기간 중에 새생활공제 약관 '별표 1 재해분류표' 소정의 재해사고로 사망하는 때에는 만기공제금액의 6배를 공제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재해보장공제의 약관에는 "재해라 함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다만 질병이나 체질적 요인이 있는 자로서 경미한 외부요인에 의하여 발병하거나 또는 그 증상이 더욱 악화되었을 때에는 그 경미한 외부요인은 우발적인 외래의 사고로 보지 아니함)로서 다음 분류표에 따른 사고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중 '손상 및 중독의 외부요인에 대한 분류'에 의하여 구체적인 사고유형으로 추락, 익수 및 기타 불의의 사고 등을 열거하고 있다.

나. 사실관계

1996. 4. 30. 17:00경 경남 거창군 남하면 무릉리 소재 남하교 아래로 추락하여 강물에 빠져 익사하였다. 위 망인은 1954. 6. 28.생으로서 건재소매상을 경영하면서 평소에 술을 좋아하였고, 술을 마시면 주벽이 심한 편이었으며, 사고 이틀 전부터 처와 이혼하자고 할 정도로 심한 부부싸움을 벌였다.

망인은 사고 당일에는 12:10경 승용차를 운전하여 경남 거창군 남하면 무릉리 소재 신장가든 식당에 도착하여 소주 3병을 마시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그 소유의 승용차를 운전하려고 하는 것을 위 식당 주인이 제지한 다음 개인택시를 호출하여 같은 날 16:50경 개인택시가 위 식당에 도착하자, 위 망인은 다른 여자 손님 2명과 합승하여 위 택시의 조수석에 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런데 술에 취한 위 망인이 욕설을 하고 택시운전사의 뺨을 때리기도 하다가 위 남하교에 이르러 택시를 세우고 택시에서 내려 택시운전사의 멱살을 잡고 다시 뺨을 때리는 한편 택시 뒷좌석에 타고 있는 여자 승객들에게 강에 떨어뜨려 죽이겠다고 욕설을 하는 등 횡설수설하자 위 택시는 그 자리를 떠났다.

위 남하교에 혼자 남은 위 망인은 다리 위를 왔다 갔다 하다가 점퍼를 벗어 다리 아래 강물에 던진 다음, 그 자신 역시 교량 난간을 타고 넘어 도합 8.32m의 다리 아래로 뛰어 내려 강물에 빠져 곧바로 익사했다.


3. 판단.

망인이 사고 직전 택시 안에서 뒷좌석에 타고 있는 여자 승객들에게 강에 떨어뜨려 죽이겠다고 욕설을 하였다고 하여 사고 당시 사람이 강물에 뛰어 들면 사망할 수도 있음을 분별할 수 있을 정도로 변별능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보기보다는, 기억 및 판단 등의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아무런 사고작용 없이 단순히 반사적으로 반응하다가 급기야 명정상태(酩酊狀態)에서 목적성을 상실한 나머지 충동적으로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익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이와 같이 망인이 추락 당시 병적인 명정상태에 있었던 이상 그 사고는 위 망인이 예견하지 못한 우발적인 사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고, 또한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은 물에 의한 기도의 폐쇄이므로 그 자체로 외래의 사고임이 명백하다.

비록 위 망인에게 평소 주벽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명정에 이를 정도로 과음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익사사고는 위 각 공제약관에서 사망공제금의 지급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는 재해의 하나인 '익수'에 해당하는 사고로서 위 공제금의 지급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1998. 10. 27. 98다16043 공제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