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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병력 통보는 어디까지
우리가 살다보면 무쇠덩이처럼 건강하지 않는 한 누구든 병을 앓게된다. 병만큼이야 자주는 아니겠지만 보험 계약도 어느덧 우리의 삶의 일부가 돼 버렸다. 그런데 이런 병력을 보험 계약시 마다 보험사에 빠짐없이 알려주어야할까. 혹 이를 알리지 않았다하여 보험 사고 발생시 보험 계약이 무효라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는 않을까. ;그렇게 되면 그때까지 보험료를 내느라고 고생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보험사가 결정적인 순간에 말을 바꾸고 딴 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불안감을 갖게되는 경우가 많다. 병력 고지와 관련하여 선고된 판례가 여럿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Ⅱ. 일시적 고혈압증세 안 밝혔을 경우 96년 6월 이모씨가 S생명보험에 생명보험을 가입했다가 갑상선 암으로 사망했다. 이씨가 보험에 가입하기 전에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가 고혈압 증세를 보이자 며칠간 약물치료를 받은 후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모씨가 생명보험에 가입할 당시에 이 고혈압 증세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었다. 그 뒤 이씨는 갑상선암으로 사망했다. 이모씨가 사망하기 직전인 97년 6월 S생명보험이 과거 5년 이내의 병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사망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유족측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하급심부터 유족측 손을 들어주더니 결국 대법원은 2000년 8월 "S생명보험은 보험금 2천5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씨가 감기로 병원을 찾았다가 고혈압 증세를 보여 약물치료를 받은 후 혈압이 정상이 된 점 등에 비춰볼 때 이씨의 증세는 감기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나타난 혈압상승에 불과해 질병으로 인식하기 어려웠던 만큼 보험가입시 이를 밝히지 않았다고 하여 부실고지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Ⅲ. 경미한 병, 보험계약 의무고지 사항 아니다 이번에는 일시적으로 치료받은 경미한 병은 고지 사항이 아니다는 하급심 판결을 소개한다. 강모씨는 H보험에 건강종합보험 계약을 체결하였다가 계약후 10개월만에 위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위암 수술을 하게됐다. 그런데 강씨는 보험계약 9개월 전에 위염치료를 받았던 사실이 있었는데 이런 사실을 보험회사에 고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위염 치료는 이틀간 치료한 것이 전부였다. 강씨가 위암 치료비를 보험회사에 요구하자 보험회사는 위염 치료 사실을 보험 계약 체결 당시에 고지하지 않았다면서 H보험에서 거꾸로 보험 가입자 강모(49)씨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나왔다. 이에 대하여 서울지법은 2000년 12월 원고인 보험회사에 대하여 패소 판결을 내렸다. 즉 보험회사는 보험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보험계약 당시에 위염치료 경험을 기재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보험가입자가 계약 9개월전 이틀동안 병원에서 치료받은 경미한 병까지 일일이 알려야 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Ⅳ. 질문표에 없는 병 고지안해도 보험금 줘야 고지의무에 대한 시비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면 병력에 대하여 어느 범위까지 보험회사에 고지를 해야될 까. 이 부분에 대하여 가입자로서는 사실 상당히 불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례 하나를 들어보자. 강모씨는 지난 95년 피보험자를 남편 이모씨로, 보험수익자를 자신으로 삼아 D 생명보험과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96년 혈우병을 앓고 있던 남편 이씨가 복막염 수술을 하다가 병원측의 잘못으로 숨졌다 유족측에서 보험금 1억원을 달라고 청구했지만 보험사측이 "이씨가 혈우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물론 혈우병은 보험 계약시 체결하는 질문표에 나오지 않는 항목이다. 이에 대하여 서울지법은 2000년 11월 "보험계약시 질문표에 기재돼있지도 않은 병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을 주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D 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보험자가 작성한 보험계약 청약서에 미리 고지할 사항을 열거하여 질문하는 이른바 질문표를 사용하는 경우 청약서에 기재되지 않은 사항에 관해서는 윈칙적으로 고지의무 위반이 문제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했다. 자 이 판결을 살펴 보면 하나의 해답이 나올 수 있다. 계약자는 질문표에 기재된 질병 정도만 빠짐없이 기재하면 족하다. 질문표에 나와 있지 않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보험회사에 질병 병력을 통지하지 않아도 고지의무 위반이 되지 않는다. 즉 나중에 보험 사고가 발생하였을 경우에 보험금을 탈 수가 있다는 이야기다. Ⅴ. 암보험 가입시 간염보균사실 미고지의 고지의무위반 해당여부 이번에는 보험 감독원의 분쟁 조정을 살펴보자. 가. 분쟁내용 신청인은 2년전 직장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B형 간염보균자로 판정받은 사실이 있었다. 그러나 그후로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해서 별다른 정밀검사나 투약치료를 받지 않고 지내다가 모집인의 권유로 암 보험에 가입하게 되었다. 가입후 1년여 경과한 시점에서 갑자기 건강이 악화된 피보험자가 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간암으로 진단되어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A보험회사에서는 보험가입 전에 직장건강검진에서 간염보균자로 판정받은 사실이 있었는데 이를 알리지 않았다면서 이는 고지의무위반이므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나. 조정결과 상법 및 보험약관에서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때에는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 여부에 관계없이 보험회사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한편 가입당시 작성되는 청약서에서는 "최근 5년 이내에 다음과 같은 병명이나 증상으로 계속 7일이상 치료, 복약, 입원하였거나 또는 수술, 정밀검사(심전도, X선, 종합건강진단 등)를 받은 적이 있습니까? 라고 질문하면서 "간염, 지방간, 간기능장애"를 명시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고지의무위반과 관련해 청약시 계약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B형 간염 보균사실을 기재하지 않았는지 여부가 주요쟁점이다. 그런데 신청인은 평소 B형간염균을 가지고 있었으나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는데 불편이 없었고, 청약서에 기재된 것처럼 계속 7일 이상 치료받은 사실이 없고 별도의 정밀검사를 받은 사실도 없으므로 본인 스스로 중요한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생활하였던 자였음을 어렵지 않게 추단할 수 있으므로 신청인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고지의무위반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Ⅵ. 보험가입전 성인병 진단확정 사실을 보험계약 무효사유로 한 약관규정은 무효 가. 분쟁요지 신청인 갑은 직장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 결과 고혈압 증상이 나 5차례에 걸쳐 통원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그후 특별한 증상이 없어 병원에 다니지 않고 평상시와 같은 생활을 했다. 3년정도 지난뒤 모집인 을의 부탁으로 건강보험에 가입하게 됐다. 보험가입 후 어느날 퇴근하다가 머리에 통증을 느껴 인근 병원에서 진찰을 받았는데 고혈압성 혈종이라는 판명을 받았고 한달간 입원치료 한뒤 퇴원했다. 이후 보험을 들어둔 것이 생각나 A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A보험회사는 해당 보험약관에 "피보험자가 계약일 이전에 성인병으로 진단확정돼 있는 경우에는 보험계약을 무효로 한다" 라고 규정돼 이 계약은 무효라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약관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A보험회사만 유리한 것 아닌가? 나. 조정결과 이 건의 보험약관에 따르면 보험계약 체결일 이전의 과거 어느 시기에 한 번이라도 성인병 진단을 받은 사실이 있다면 언제든지 보험계약을 무효로 만들 수 있게 되어 있다. 보통 암보험 약관의 경우 보험계약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기간을 일정한 범위(계약일로부터 과거 5년이내)로 제한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이 약관은 계약자에게 불리한 규정으로 형평성을 상실하고 있다. 또 상법은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하게 규정을 변경하지 못하게 했고 '약관의 규제 등에 관한 법률' 에서도 "고객에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조항은 무효" 라고 규정하고 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관련법규의 입법정신에 비춰 볼 때 이 건의 약관조항에 대해 유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약관규정의 무효를 선언하고 보험회사로 하여금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이 건에서 분쟁조정위원회가 약관조항에 대한 무효결정을 내린 것은 약관에 대한 내용통제를 시도한 최초의 결정이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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