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 사고가 나면 거액의 보험금을 탈 수 있어 자칫 범죄 목적으로 악용되기 쉽다.


이를 예방하려는 차원에서 법률이나 보험 약관에는 고의 등의 사유가 있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돼있다.

특히 스스로 자신의 몸을 해치는 자해(自害) 사고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다. 얼마 전 철길에 자신의 몸을 묶고 달려오는 전동차에 치여 신체 일부가 잘려 나가게 하고는, 이를 사고로 위장한 사례가 있었다. 결국은 보험금을 노린 자작극으로 밝혀져 보험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자신은 불구가 되고 말았다. 돈에 눈이 어두워 자신이나 주변 사람을 해치는 보험 사기극은 신문에 자주 보도된다.



그런데 음주로 인한 사고도 자해의 한 부류일까. 술을 마시면 판단력이 흐리게 되고 몸을 스스로 가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길을 가다 넘어지기도 하고 다리나 높은 곳에서 추락하여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그래서 예전에는 음주 후 일어난 사고를 스스로 자초한 행위, 즉 자해의 한 원인으로 여겨 보험금을 지급치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법정 소송까지 번져도 법원은 보험회사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사람들이 사고가 꼭 일어나리라 예측하고 술을 마시지는 않는다. 그래서 법원도 요즘에는 음주 후 일어난 사고에 대하여 자해 사고로 보지 않고 있다.



자살은 어떻게 취급하고 있을까. 자살이나 자해나 고의로 자신을 해치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다. 따라서 자살도 보험금 지급이 안 될 것 같으나 꼭 그렇지는 않다. 생명보험이나 상해보험 약관에 의하면 보통은 보험 계약일로부터 2년이 지난 뒤에 자살하거나 2년이 지나지 않았어도 정신질환 상태에서 자살을 하게 되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면 자살은 일반 사고인가, 아니면 재해 사고일까. 재해사고의 경우 보험금이 일반사고에 비하여 금액이 월등하게 높다. 보험 회사는 자살 사고에 대하여 일반 사망으로 보고 일반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자살에 대하여 보험 회사가 재해 사망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하였다면 재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맞다. 아직 이에 대한 판례가 확립돼 있지는 않으나 필자의 경우 재해 사망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바 있다. 향후 이에 대한 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또 같은 상해보험이라도 손해보험 회사에서 팔고 있는 보험 계약은 대부분 자살 사고에 대하여 고의로 일으킨 행위라 하여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생명보험에서 팔고 있는 보험 상품과는 다소 다르다.





조선일보 2003.6.25
강형구·변호사 kg57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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