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고 사망한 경우 재해사망인지


1. 술에 만취돼 사망


이따금 신문이나 방송 보도를 보면 술에 만취돼 사망하였다는 기사를 읽게 됩니다. 얼마전에도 친구들과 놀라갔다가 소주 3병을 마신 채 개울가에서 발을 담그고 쉬다가 사망하였는데 부검 결과 알코올중독사로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 재해사고라 할 수 있을까요.

재해냐 아니냐는 것은 보험금과 관련하여 대단히 중요합니다.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에 비하여 엄청나게 많으니까요. 유족 입장에서는 보험 계약에서 정한 바에 따라 아무래도 한 푼 이라도 더 받아야겠지요. 계약에서 재해 사고는 우연히 외래적인 요인에 의하여 사망한 사고를 말합니다. 스스로 술을 마시고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사건을 과연 재해사망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보험 계약에서는 이런 재해 사고는 보험금을 청구하는 쪽에서 입증하게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사고는 많이 일어나며 재해 사고인지 알지 못하면 보험회사가 주는 일반 사망 보험금만 받고 말 수 밖에 없습니다.



2.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대법원 판례를 하나 보지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우나 불가마실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발견됐다가 후송 중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검결과 해부학적인 사인은 불명이나 다만 망인의 관상동맥에 국소적인 심근내 주행이상 등 심장병변이 발견되고 이러한 심장병변이 치명적인 정도는 아니지만 부정맥 등을 초래하여 급사에 이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을 근거로 급성심장사의 가능성이 추정된다는 내용의 부검감정서가 작성됐습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망인은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자다가 주취상태 및 불가마실 내부의 고온으로 인하여 그 혈관이 과도하게 확장된 끝에 저혈압 또는 부정맥이 야기되어 급사하였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가사 망인의 기왕의 질환인 ‘심근 내 주행이상’이 망인의 사망에 기여하였다 하더라도 직접적이고 중요한 사망원인은 망인이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이라고 봄이 상당하고, 망인이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 들어가 잠을 잤다는 사정이 의학적으로는 사인(死因)이 아닌 유인(誘因)에 불과하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수는 없다.”


망인이 주취상태에서 고온의 폐쇄된 불가마실에서 잠을 잤다는 외부적 요인이 중요한 사망 원인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외부적 요인은 앞에서 설명하였지만 재해사고로 인정받게되는 하나의 중요한 요건입니다.


 (3)또 다른 대법원 판결은 술에 취하여 선풍기를 틀어놓고 자다가 사망한 사건에서


“위 망인의 혈중알콜농도가 0.29퍼센트나 되는데 일반적으로 주취상태에서는 피부혈관의 확장과 체온조절기능의 실조현상에 의하여 체열이 방산되고 이러한 체열방산은 바람에 의하여 촉진되는 것으로서, 위 망인 또한 알코올에 의하여 신체의 제반사가 마비된 상태에서 체온이 하강되어 사망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되어 있고, 한편 을 제3호증(변사사건 발생보고 및 지휘품신)의 기재 및 영상에 의하면 위 망인은 더운 날씨에 술에 만취하여 여인숙의 좁은 방안에서 선풍기를 가까운 곳에 틀어 놓고 런닝과 팬티만을 입은 채 잠을 자다가 사망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위 망인이 자던 방의 창문이 열려있어 폐쇄된 공간은 아니라 할지라도 주취상태에서 선풍기바람 때문에 체열의 방산이 급격히 진행된 끝에 저체온에 의한 쇼크로 심장마비를 일으키거나 호흡중추신경 등의 마비를 일으켜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3. 과음에 의한 사고도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위 판례 나온 사례들을 보면 술에 만취하여 사망하였다기보다는 다른 사건의 개입으로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하여 이 글에서 이야기하려는 내용과 사건 조금 다르기는 합니다. 문제는 과연 술에 만취돼 알코올 중독사를 당하였을 경우에 그 자체로 재해사망이냐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설명하였지만 보험 계약에서 재해 사고는 우연히 외래적인 요인에 의하여 사망한 사고를 말합니다. 술을 마신 행위가 우연인지 아니면 의도적인지 문제가 될 여지가 있으나 술을 마신 행위 자체는 의도적이겠지만 이로 인해 알코올 중독사를 당한 것은 의도적이라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외래적인 사고인지 여부입니다. 스스로 술을 마셔 사망하였으므로 외래적인 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할 여지가 있으나 술이 외부에서 들어와 중독을 일으키는 만큼 외래성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술에 만취되거나 아니면 적게 마셨어도 알코올 중독으로 인하여 사망하였다면 이는 재해사고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2009. 9. 12 최종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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